주식시장이 활력을 잃어감에 따라 유상증자나 CB(전환사채)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던 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아래로 떨어뜨려야 하는 여신 2천5백억원
이상인 57대 기업이 비상이다.

8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달부터 올 연말까지
유상증자 기업공개 해외DR(주식예탁증서) 해외CB(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해
총 29조여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론 <>유상증자 14조원 <>기업공개 10조원 <>해외 DR발행 4조원
(33억달러) <>해외 CB발행 1조원(8억3천만달러) 등이다.

기업들은 이달 1조9백억원을 포함, 연말까지 총14조원가량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기업의 경우 주가가 신주
발행가 아래로 하락해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전망이다.

대우그룹의 경우 (주)대우 대우증권 대우자동차판매 등 3개사가 이달말과
다음달초에 유상증자 청약을 받는다.

그러나 (주)대우의 지난 6일 종가는 3천9백60원으로 신주발행가(5천1백원)
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대량실권이 우려된다.

대우자동차판매 주가도 5천7백90원으로 발행가(5천원)를 간신히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 계열사 외에 유상신주 발행가를 확정한 다른 기업들도 주가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리원과 한별텔레콤의 경우 지난 6일 종가는 각각 6천2백원과 2만8천5백원
으로 신주발행가(각각 5천원과 2만1천6백원)와 차이가 얼마나지 않고 있다.

한솔텔레콤의 주가(2만1천5백원)도 발행가(1만7천7백원)와의 차이가 바짝
좁혀져 있다.

주가와 발행가가 차이가 없으면 기존 주주들의 실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권주 청약도 부진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자금조달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상장기업의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경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증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기업공개 예정물량은 무려 10조여원에 달한다.

담배인삼공사가 7조-8조원으로 가장 많다.

LG텔레콤 한통프리텔 한솔PCS 신세기통신 등 이동통신업체들은 코스닥등록을
추진중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주가라면 기업공개물량이 무난히 소화될 전망이지만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거래소상장과 코스닥등록을 추진중의 기업의 공개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대우쇼크로 최근 주가가 급락한 은행들은 해외DR 발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빛은행이 최근 10억달러의 DR를 발행한데 이어 조흥 외환은행(각각 10억
달러)과 한미은행(4억달러) 등이 DR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한빛은행의 경우에서처럼 해외투자자들이 국내주가의 20% 가량의
할인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예정대로 발행될지는 미지수다.

만일 대우그룹 구조조정계획이 더뎌질 경우 은행주의 급락은 불보듯 뻔해
DR 발행을 통한 자기자본확충계획도 꼬일게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추가 하락,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
구조조정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이하로 낮춰야 하는 57대 기업(여신
2천5백억원이상)은 증자에 차질이 생길 경우 부채비율을 낮추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해 끌어간 돈은
총 18조7천14억원에 달한다.

이중 5대 그룹이 9조2천9백22억원을 쓸어갔다.

또 한국통신 포항제철 한국전력 신한은행 삼성전관 한빛은행 등이 올해
해외 DR 발행을 통해 총 58억8천38만달러(7조5백60억원 상당)를 조달했다.

증시활황이 기업구조조정의 촉매제역할을 톡톡히 해온 셈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