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의 화두는 "선제적 통화관리"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통화정책을 발표하면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선제적이란 단어를 군사적 용어로 옮기면 초전박살이다.

물가불안 등의 기미가 보이면 초전에 박살내겠다는 게 전 총재 발언의
골자다.

수단은 다름아닌 통화긴축과 금리인상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증시는 "한은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만일 선제적 통화관리가 행해지면 주가는 치명타를 입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선제적 통화관리가 행해지기 전에 "선제적 증시탈출"을 감행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최근 한은의 태도를 보면 선제적 통화관리는 "선제적 주가관리"의
다른 말임을 느끼게 된다.

한은은 주가가 1,000을 훌쩍 뛰어 넘자 "금리인상을 신중히 검토하겠다"
(고위 관계자. 본지 7월13일자)고 밝혔다.

다음날 주가가 고꾸라지자 "아직까지 금리인상을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
(연합뉴스)고 주워 담았다.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로이터통신을 통해 "콜금리 안정에 주력키로 한 만큼 장기금리의
상승은 용인할 수 밖에 없다"(고위 관계자)고 언급해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주가가 급락하자 그날 오후엔 "최근의 장기금리 상승에 관하여"란 자료를
통해 "장기금리가 계속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물론 주가가 무턱대고 오르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한은의 설명대로 어느정도 기초를 다지고 오르는게 다음을 위해서도 좋다.

뜀박질하는 주가를 잡기 위한 주가정책이 한층 세련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재경부 관계자들이 직접 나서 "투자자들은 자기책임하에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든지, "정부가 보유한 은행주식을 조기처분하겠다"는 등의 "무식한
정책"을 토해내는 것보다는 진일보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 따지고 보면 한은의 "선제적 주가관리"는 투자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증시가 과열이라면 직접 언급하는 게 낫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무분별한 열기
(irrational exuberance)"라는 말을 인용해도 좋을듯 싶다.

그렇지 않고 "선제적 통화관리"를 주가관리를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남용했다가 정작 필요할 때 효과가 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자꾸만 "늑대소년의 우화"가 생각난다.

< 하영춘 증권부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