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브 돌 미국 상원의원.

대통령선거전에 뛰어들었던 그는 현재 대표적 헤지펀드중 하나인 타이거
펀드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돌 의원은 최근 김대중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한국기업의 경영행태가 아직도 바뀌지
않았다.

대주주 마음대로 회사의 중요사항을 결정한다"는 "항의"가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그는 오는20일께 내한해 김 대통령을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거펀드는 SK텔레콤의 유상증자 결의와 관련해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해놓은 상태이다.

안건은 "이사 선임 및 해임".

SK텔레콤의 유상증자는 적법한 절차를 걸쳐 이뤄진만큼 이미 유효하다.

"절차상 하자"가 없는 법률행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다른 속셈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SK텔레콤의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한 김건식 SK텔레콤 사외감사의 말은 이런
느낌을 뒷받침하고 있다.

"임시주총문제로 법정싸움이 벌어지는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 그전에 원만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배경설명이 그것이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의 액면분할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해 타이거펀드의 노림이 액면분할임을 시사했다.

돌 의원의 서한은 미국의 이중잣대를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다.

"기업과 시장의 문제는 시장과 기업에 맡겨 스스로 해결한다"는 "미국기준
과는 정반대의 문제 해결법이기 때문이다.

돌 의원의 서한과 타이거펀드의 유상증자반대 및 임시주총요구를 보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SK텔레콤의 유상증자 목적등에 대해 얼버무리는 1대 주주의 태도를 보면
외세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는 생각과 "특정기업의 문제를 대통령까지
동원해 해결하려는 미국의 오만함을 견뎌내야 하는가"라는 수치심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한국은 IMF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잃고 경험했다.

가장의 실업에 따른 가정파탄, 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의 물결에 휩쓸려간
수많은 부도와 실업자, 하루아침에 외국인 손으로 넘어간 기업들...

구조조정의 아픔을 참아가며 글로벌 스탠더드의 길을 가고 있는 우리에게
과연 변한게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이제는 자국의 이익에 맞춰 수시로 잣대를 바꾸는 미국의 태도가 바뀌어야
할 때이다.

< 홍찬선 증권부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