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대규모 증자에 대해 외국인주주들이 제동을 걸고 나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과 함께 외국인의 입김이 더욱 거세진 것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외국인주주를 의식한 투명경영의 필요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 것이다.

반면 외국인주주들의 이같은 반발은 국내 상장사의 경영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외국인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들은 초비상이 걸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간섭이 이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더욱 지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 경영권 침해와 주주이익 =경영권 간섭이라는 주장이 많다.

증자를 얻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선 자본금을 늘려 재무구조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고 주식발행초과금
으로는 시설및 R&D 투자에 나서 영업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최운열 증권연구원 원장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증자를 실시하면
당장이야 주당순이익(EPS)이 줄어드는 단점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재무구조개선, 영업활동 자금마련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돼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면이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의 황태선 전무는 "주식발행초과금은 자본잉여금 등으로
잡혀 향후 무상증자등 주주이익으로 되돌아 온다"며 "증자에 따라 단순히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증자에 반대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권 간섭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말했다.

상장협의회의 임태경 조사부장은 "SK텔레콤이 증자목적을 밝혀 외국인들이
반발하는 것은 언뜻 이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후 증자자금 사용과 관련해서는 임시주총이나 정기주총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나 증자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규모 증자로 주당순이익의 희석도 예상되지만 증자의 필요성과
증자자금의 사용처를 의문시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는게 걸림돌이다.

외국계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실제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것이냐를 물어오는
외국인이 많다"고 전했다.

이익잉여금이 적지 않은데 굳이 증자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 외국인지분율 높은 상장사 비상 =이번 사태로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증자를 실시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상장사들은
더욱 그렇다.

14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는 주택은행(63.83%) 메디슨(52.23%)
삼성전자(47.81%) 삼성화재(45.96%) 삼성전관(41.65%) LG화학(38.78%)
등이다.

이밖에 외국인이 5%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삼성화재 태영 금강
등이다.

삼성화재는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가 5.73%를 보유하고 있다.

<> 향후 파장및 대책 =외국인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제도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주주만의 이익을 위해 경영권을 간섭할 경우 주주전체의 이익은
침해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최운열 원장은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와 전통을 무시한 미국식 지배구조의
무분별한 도입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황태선 전무는 "결국 증자 등과 관련한 기업가치 높이기와 관련해 적극적인
IR활동 등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