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 900을 향해 돌진하던 주식시장이 ''악재의 3각파도''에 휩싸여
사상 최대폭으로 폭락했다.

정치부실에 의한 노사관계불안,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의 대형
주식형펀드에 대한 규제방침 발표, 스폿펀드의 대형매물이 대표적인 악재다.

11일 연속상승으로 1백58포인트(22.7%)나 올라 경계심리가 상당한 시점에서
악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마치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큰폭의 추가하락은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수여력이 많은 투자신탁이 지수가 떨어질 때마다 적극 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자들은 급등락세를 보이고 있는 장세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우량주
중심의 장기보유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주가폭락 배경 =돌발악재가 잇따라 터져 나온데 따른 것이 폭락의
원인을 제공했다.

법무장관이 돌발적으로 바뀌는 등 정치가 불안해지면서 노사관계가
불안해지고 있다.

그동안 고통분담을 위해 참았던 노동계가 정치부실을 계기로 "제몫찾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산업평화가 무너지고 임금이 크게 상승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이뤄졌던 "임금안정->기업수익개선->주가상승"의 선순환이 "임금
상승->이익축소->주가하락"이란 악순환으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다.

이헌재 금감위 위원장이 당정협의에서 주식형수익증권의 투자한도를 축소
하는 등 대형펀드에 대한 규제방안을 발표한 것도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
시켰다.

뮤추얼펀드의 대량매물 가능성이라는 점도 돌출됐다.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정부의 "발목잡기"가 재현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수급측면에서도 악재가 적지 않았다.

최근의 주가급등에 따라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스팟펀드의 상환이 잇따르면서
약 3천억원 가량의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10일이 주가지수선물 6월물의 만기일이기 때문에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나오면 10일도 주가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매수를 극히
자제했다.

10일에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역외펀드에서 1천억원 가량의 매물을 쏟아낸 것도 주가를 크게 끌어
내렸다.

포철 한전 등 지수관련 대형주에 매물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주가급등으로 포철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지수관련 대형주가
목표가격대에 근접한데다 해외DR(주식예탁증서) 값보다 높아짐에 따라 차익
매물이 많이 나온 것도 주가하락 요인이었다.

외국인들은 이날 쟈딘플레밍 등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한국통신을 대량으로
처분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국의 장기금리가 6%를 넘어선데다 이달말께 0.25%포인트가량 추가로
인상될 것이라는 사실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금리수준 6%는 금융자산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이동하는 분기점이 된다는
점에서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다운존스공업주가평균지수가 1백43포인트나 하락한 것이
국내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 향후전망 =증시전문가들은 주가가 이날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하락은 그다지 없을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한경펀드매니저클럽 멤버인 김영수 중앙투자신탁 주식운용1팀장은 "국민연금
이 이날 4천억원을 주식형에 가입키로 하는 등 법인자금이 주식형수익증권
으로 몰리고 있다"며 "투신사의 매수여력이 크기 때문에 하락폭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남우 삼성증권 리서치담당 이사도 "상승기조가 무너진 것이 아니어서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기관과 외국인의 저점매수가 나올 것"이라며 "800~
750선에서 조정을 끝내고 재차 상승을 시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이사는 "상반기 목표지수가 750선이었다"며 "주가는 12월결산법인의
상반기실적이 가시화되는 6월하순께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900~950까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