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프로그램매매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선물 6월물 만기일이 한참이나 남았는데 프로그램매도물량이 현물주가를
괴롭히고 있다.

그렇지만 22일 발생한 프로그램매도는 과거에 비해 사뭇 다른 양상이다.

선물가격이 고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프로그램매도물량이
9백3억원어치나 쏟아졌다.

그동안 프로그램매수물량이 잔뜩 쌓여온터라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부담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전문가들은 다만 현물주가의 추가상승세를 확신하는 일반투자자들이나
외국인등의 매수열기가 식지 않을 경우 이런 프로그램매도물량도 거뜬히
소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시적인 "꽃샘추위"정도의 영향 밖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프로그램매도 특징 =3월물에서 이월된(롤오버) 물량과 6월물에서
신규로 발생한 것을 포함한 프로그램매수물량이 모두 7천~8천억원(거래소
비신고분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2일에는 9백3억원의 프로그램매도과 4백76억원의 프로그램매수가 동시에
이뤄졌다.

다행히 이 물량을 받아내려는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이날은 선물가격이 현물가격(KOSPI 200지수)보다 높아 고평가상태인
콘탱고(Contango)현상이 지속됐지만 프로그램매도물량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선물이 저평가 상태(Backwardation)로 전환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대우증권의 주제식 선물.옵션팀 조사역은 "지난 3월물에서 이월된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청산되는 모습이었다"며 "여기에다 시장베이시스(선물가격-KOSPI
200지수)가 2포인트 이상인 시점에 발생했던 기존의 프로그램매수물량이
시장베이시스가 1포인트(이론가 수준)에 가까워지자 차익을 겨냥한 매물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한화증권의 구돈완 선물.옵션영업팀장은 "KOSPI 200지수 상승률에 비해
프로그램매매 주체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현물바스켓 상승률이 높아 플러스
트레킹에러(추적오차)가 발생한 것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KOSPI 200상승률을 웃도는 분만큼 현물바스켓의 현물을 팔아 무위험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현물바스켓이란 프로그램매매 주체들이 KOSPI 200지수와 비슷하게 움직이도
록 현물을 구성해 놓은 것이다.

대개 KOSPI 200지수의 상승률이나 하락률을 따라잡지 못해 마이너스 트레킹
에러가 발생하나 이번엔 특이한 경우라는 얘기다.

<>선물 투자주체별 공방 =지난주 주요 선물매도세력은 투신사, 증권사들이
었으며 매수세력은 외국인, 일반인들이었다.

투신사들은 8천5백9계약을, 증권사는 5천6백63계약을 순매도했다.

투신권은 수익증권에 편입한 현물의 손실을 헤지(위험회피)하기 위해
순매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는 프로그램매수용으로 선물을 순매도한 모습이었다.

반면 일반인은 4천4백48계약, 외국인은 8천6백75계약을 순매수했다.

향후 프로그램매도세는 이같은 세력간의 향후 힘겨루기를 통한 선물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망 =주제식 조사역은 "주도주인 삼성전자 주택은행에 대한 매수세가
살아있고 외국인들도 프로그램매도 물량을 적극적으로 받아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향후 장을 밝게 보는 세력들이 강할수록 지난 3월물 만기일
때처럼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무난히 소화돼 큰 악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구돈완 팀장은 "고객예탁금등 시장에너지가 충분하고 지수 600선에 대한
지지력이 강하지만 프로그램매도 물량 부담감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