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편식이 심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어떤 주식은 50% 이상 무더기로 사재지만 어떤 주식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외국인이 5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종목이 18개에 달하는 반면 단
한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종목도 3백개를 웃돈다.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같은 편식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
한다.

원칙을 중시하는 외국인은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는 뭉텅뭉텅 사지만 미달
하는 종목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 시장지배력이 높은 종목 =우선 한국시장을 노크하는 외국인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이는 종목은 시장 지배력이 높은 종목이다.

대표적 외국인 선호종목인 한전을 비롯 반도체 D램 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 무인경비업체의 일인자 에스원, 브라운관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전관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특히 한전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싯가총액비중이 14%대에 달해 종합주가지수와 가장 비슷하게 움직이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펀드수익률이 종합주가지수상승률을 초과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는 외국펀드매니저 입장에선 한전을 우선적으로 사지 않을수 없다.

<> CEO(최고경영자)가 뛰어난 기업 =외국인은 최고경영자의 능력도 꼼꼼
하게 따진다.

주택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외국인은 이 주 들어 주택은행 보유비중을 50%이상으로 높였다.

이는 동원증권의 사장을 역임할 때 무차입경영으로 이름을 날리다 이 은행
으로 자리를 옮긴 김정태 사장의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헌수 메릴린치증권 이사는 "외국인은 수익성과 투명성을 중시하는 김
사장의 경영스타일을 높이 평가해 최근 이 회사 주식을 많이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 첨단 기술력을 지닌 업체 =메디슨같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도 외국인의 주요매수타깃이다.

외국인은 한때 메디슨 지분율을 70%대까지 끌어올렸다.

초음파진단기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
됐다.

삼성전자 삼성전관 등도 이런 부류로 분류할수 있다.

<> 소액주주를 중시하는 기업 =기업이 소액주주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
하느냐도 외국인 매수에 영향을 미친다.

박준형 SG증권 차장은 "기업탐방을 하다 보면 불리한 숫자에 대해서 언급을
회피하는 회사들이 아주 많다"며 "기업내용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소액
주주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회사는 외국인에게 인기가 없다"
고 말했다.

<>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기업 =최근들어 외국인은 구조조정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매수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이 한화그룹 한솔그룹 계열사 주식에도 입질을 시작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없던 일이다.

강헌구 ING베어링증권 이사는 "외국인은 개별기업의 재무구조를 아주 중요
하게 생각한다"며 "구조조정의 핵심이 재무구조개선인 만큼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기업을 매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계 메릴린치증권은 최근 한화종합화학에 대해 매수(buy)로
투자의견을 상향조정했다.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외형확대에 치중하고 있는
기업은 외국인에겐 인기가 없다"고 전했다.

결국 외국인은 재무구조 성장성 투명성 기술력 등 아주 원론적인 잣대로
한국기업을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 조성근 기자 trut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