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동양증권 과장은 프로그램 매매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딜러다.

무위험차익거래의 일종인 프로그램 매매로 그는 최근 8개월 사이에 50억원
의 수익을 올렸다.

운용규모가 평균 2백50억원가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이 무려 20%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매매 수익률이 10%안팎에 그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 과장은 고수익의 비결에 대해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흐름을 따라가면서 욕심을 내지 않고 매매타이밍을 잡았다.

거기다 50~60개 종목으로 구성된 현물바스킷이 KOSPI 200의 움직임을 따라
잡을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 것이 적중했다.

2년 가량 선물브로커를 경험한 것이 프로그램매매 딜러로 성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현물매매는 비교적 쉬웠지만 타이밍이 생명인 선물의 경우 체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은 적도 많았다.

선물저평가가 지속됐던 9월까지가 특히 어려웠다.

선물저평가로 매도차익거래 기회가 많았으나 팔 주식이 없어 기회를 수없이
놓쳤다.

위험자산축소로 보유한 상품주식이 많지 않은 데다 보험사 등으로부터 주식
대차도 쉽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보험사들이 대차한 주식을 중도상환토록 요구하는 바람에 하마터
면 손해를 볼뻔하기도 했다.

그는 "프로그램 매도로 현물주가가 떨어진다는 비난이 쏟아질 때 가장 가슴
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이론적으론 프로그램 매매의 현물주가 영향력이 중립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적으론 주가하락의 주범인양 몰리고 보니 어디다가 하소연을 할
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 박영태 기자 py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