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도 배가 부를 땐 온순하기 그지없다.

먹이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굶주리면 사정이 달라진다.

야수의 본성을 드러내고야 만다.

국제 금융시장을 헤집고 다니던 헤지펀드의 배에서도 꼬르륵 소리가 난다.

미국의 소규모 헤지펀드는 벌써 4개나 쓰러졌다.

내로라던 퀀텀 타이거 아팔루사 펀드도 일제히 손실을 냈다.

그들의 먹이감 사냥은 잉여이익 차원을 넘어섰다.

생존에 관한 문제로 바뀌었다.

먹이감만 있으면 무엇이든 공격할 태세다.

장기투자자로 알려진 템플턴마저 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소문은
충격으로 다가선다.

굶주린 맹수가 숨어있는 초원에서 풀을 뜯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