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이틀째 2백억원이 넘는 순매도 공세를 퍼부었다.

엔화와 위안화 불안에 따라 전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자 한국비중을
줄이자는 쪽으로 태도를 돌변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돌고 있다.

증권가도 명쾌한 해석을 내리지 못한다.

아직은 한국탈출의 단계가 아니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지난해와 비슷하게
한국탈출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맞서 있다.

<> 최근 매매동향 =외국인은 이달 들어 7백7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따금씩 수십억원의 순매수를 보이기도 했으나 지난 12일에 2백95억원,
13일에는 2백33억원을 순매도했다.

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다.

매도종목도 한전 삼성전자 LG전자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들이 대다수여서 한국비중을 줄이려는 조짐으로 풀이하는 관계자도 있다.

<> 왜 파나 =엔화 움직임에 한동안 둔감한 반응을 보이던 외국인이 갑자기
민감해졌다.

증권업계에선 이같은 외국인 매도배경이 불확실성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엔화가치 급락이 곧 위안화절하압력으로 이어지고 세계경제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외국인이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 낙관론 =아직 투매(Panic Selling)수준은 아니라는게 증시전문가들의
해석이다.

ING베어링증권의 강헌구 이사는 "팔자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확산된 상태는
아니고 발빠른 일부펀드가 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이사도 "아직 환매물량이 대량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다"며 "당분간 리스크가 큰 홍콩 등 아시아투자비중을 축소하는 차원
에서 한국비중을 줄여놓고 지켜보자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신사의 한 외수펀드운용역은 "위안화나 엔화불안이란 악재가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며 "원.달러환율이 비교적 안정돼 있는 등 다른
이머징마켓보다는 상황이 좋아 외국인의 이탈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 비관론 =외국인의 한국탈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 6월과는 달리 미국과 일본이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 엔화를 방어해도
땜질처방에 불과할 것이라고 외국인들이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불안기류를 감지한 이상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언덕인 모건스탠리지수(MSCI) 한국편입비율 확대도
단지 기대감에 그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외국증권사 관계자는 "아시아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MSCI는 구속력이 없다"며 "외국펀드들이 MSCI에 따라 굳이 한국
편입비율을 높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