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이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주가도 덩달아 급등세다.

"외국인 장세"가 꽃봉오리를 터뜨리려 한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환율이 떨어지면) 보유주식을 처분하고 한국을 떠나갈
것이라던 통념은 빗나가고 있다.

주말인 지난 18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려 3백6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
했다.

지난 1~2월의 한국투자 열기를 방불케 한다.

이로써 7월중의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천2백77억원으로 부풀었다.

3천3백8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6월,8백3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5월과는
분위기가 딴 판이다.

외국인은 무엇을 노려 한국증시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일까.

우선 아시아 금융위기 소멸론을 들 수 있다.

5~6월만 하더라도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시아 금융시장을 불안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엔화 폭락가능성과 위안화 평가절하설에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바빴다.

지난 5월 국제금융가의 큰 손인 조지 소로스가 홍콩에 투자했던 주식과
채권을 전량 회수한 것이 대표적 예다.

그러던 것이 미.중 정상회담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 자민당 정권은 "신뢰할 만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라"는 미국과 중국,
국제 자본시장의 압력에 끝내 손을 들었다.

일본발 세계공황론의 열쇠를 쥐고 있던 엔화가 1백37~1백44엔의 박스권에
갖힌 것이 확인되면서 "아시아 통화위기론"은 "위기 소멸론"으로 열차를
갈아타게 됐다.

외국인의 아시아 주식 매수열기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심지어
인도네시아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대목도 그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SBC워버그증권에 따르면 이머징 마켓(개도국 증시)에 대한 미국계
뮤추얼펀드의 투자규모는 이달들어 8일까지 3억4천4백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통화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은 사라졌다는 확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원화에 대한 해석도 예외가 아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줄곧 "원화가치가 고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시장에 발을 담그더라도 원화가치가 떨어지기를(환율 상승) 기다렸다가
환차익도 먹고 주식 시세차익도 먹자는 쪽이었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활발한 외자유치 등으로 원화가 그런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주식 시세차익만이라도 노리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다는게 증권가의 해석.

마침 아시아 주가는 대부분 연초주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바닥권을 헤맸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는 최근의 상승세에도 불구 연초대비 10%이상이나
하락해 있다.

홍콩의 주가를 대표하는 항생지수는 20%이상, 싱가포르의 스트레이트
타임즈지수는 30%이상씩 각각 떨어진 상태다.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타 아시아국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진정 국면을 보이면서 통화가치는 별로 떨어질 조짐이
없고 주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대목이 외국인을 다시 한국 증시로 끌어
들인 주된 배경이라고 할수 있다.

김지환 제일투신과장은 "일부 외국인 사이에선 원화가치 상승을 국가
리스크가 낮아졌다는 쪽으로 해석하는 시각까지 등장했고 원화가 1천2백원대
초반까지 오르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투자자도 눈에 띈다"
고 말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도 "엔화 급락세가 가라앉고 한국의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한국증시 비관론이 긍정론으로 바뀌고 있다"며
"환차손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 상황이라면 한국 주식은 투자해도 좋을
만큼 충분히 저평가돼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주식을 사거나 팔 때 치밀한 검증작업을 거친다.

그런 탓에 한번 사들어가면 여간해선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외국인의 그런 투자속성도 한국주식 매입열기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 허정구 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