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쯤 큰 장이 설 것"이라는 이른바 올 여름 대망론이 증권가 일부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300선 언저리에서 기진맥진해 있는 종합주가지수가 적어도 400, 열을
받으면 500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7, 8월 대망론은 국내자본은 물론 국제자본들이 우려했던 올여름의 아시아
금융위기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란 관측에 근거한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열쇠는 엔화와 위안화.

시장논리대로 움직이던 엔화와 위안화가 미.일의 정책조율, 미.중 정상회담
이후 세계열강의 정책의지를 더 많이 반영하게 됐다.

이를 두고 대망론자들은 아시아금융위기론의 소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본다.

일본은 물론 홍콩 한국 말레이시아가 일제히 경기부양 쪽으로 정책방향을
돌린 것도 아시아 통화가치 안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일 3국의 정책조율과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의심해온 일부 헤지펀드
들이 엔화나 홍콩달러화 공격에 대한 유혹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으나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것이 대망론자의 관측이다.

그런 시나리오라면 아시아경제는 환율부터 반응을 보인다.

통화가치가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헤지펀드들의 좋은 먹이감.

지난해 12월에도 그랬다.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헤지펀드들은 달러를 아시아
현지통화로 환전해 채권과 주식에 대량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럴만한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대망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메릴린치증권이 아시아 증시에 대한 투자견해를 "부정적"에서
"중립"으로 바꾼 것이나 월스트리트 저널이 월가의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시아가 중장기적인 투자 유망지역으로 꼽힌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금리가 연일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주가 대망론을 받치는 단서.

자금수요가 많은 대기업들은 원화자금은 단기로 운용했고 수출대금은
그대로 달러로 보관해 왔다.

그러나 원화가치가 높아지면 환전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금융위기 소멸은 단기적인 자금운용을 장기로 바꾸게 한다.

장기채권은 구할 수가 없는 것이 금리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이런 점을 고려, 김지환 제일투신 과장은 "아시아 금융위기론이 외환 채권
주식시장의 손발을 따로 따로 놀게 만들었으나 위기론 소멸은 정상적인
삼각관계 복원을 시도하게 할 것"이라며 "1천2백원대로 예상되는 환율과
12%대로 점쳐지는 금리가 지난 1~2월과 흡사한 금융장세를 재연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진단했다.

속도를 내고 있는 구조조정도 중요한 변수.

세계적인 철강업체인 포철의 민영화나 한국경제성장의 견인차였던 은행에
대한 대수술은 외국투자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매끄롭지 못했던 구조개혁 과정과 시행착오가 국제자본에게 실망감을
안겨줬으나 기본 방향은 외국자본의 공감을 사고 있다.

주식시장 내부적으로도 "팔자"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홍성국 대우증권 법인부 차장은 "퇴출을 면해야하는 국내 금융기관이
일찌감치 주식을 처분한데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도 한결 약화된 상태에서
국제자본의 견해가 아시아 금융위기 소멸론 쪽으로 가닥을 잡을 조짐이
엿보인다"며 "올 여름엔 우량주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큰 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 허정구 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