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과 은행신탁이 갖고있는 주식에 의결권이 주어짐에 따라
상장기업의 주총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향후 구조조정과정에서 인수.합병(M&A) 영업양도등을 앞두고있는
기업들로서는 이제 주주총회에서 은행과 투신사들의 눈치를 봐야할 처지가
됐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아래서 기관투자가들이 과거처럼 주총의
거수기 노릇에 머물 것이라고 믿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기업 소유주의 결정이 곧 기업의 결정이라는 등식도 더이상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사선임이나 사업진로선택등에 있어서 오너의 입김은 예전같지 않을게
분명하다.

더욱이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의 경우 경영권방어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적대적 M&A가 벌어질 때 기관투자가의 의사가 경영권의 향배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투자가가 마구잡이로 기업경영에 간여할 수있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보면 고객들의 돈으로 의결권행사를 하는 만큼 제한이 따르는게
당연하다.

우선 투신사 또는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특정기업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시도를 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A그룹이 계열사인 A투신사를 이용해 B사를 인수하려할 때는
A투신사의 의결권행사가 금지된다.

또 동일종목 10%를 초과해 보유한 주식도 의결권을 가질 수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견제수단은 공시를 통해 이뤄진다.

기관투자가들은 합병 영업양수및 양도 임원선임등 기업경영권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의결권 행사방향을 주총 10일전까지 미리 알려줘야 한다.

이밖에 대기업소속 투신사들끼리 서로 짜고 주식을 사뒀다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안된다.

이렇게보면 기관투자가들은 일단 제한적으로 기업경영에 참여하는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도 은행신탁과 투신사의 기업주식 보유비율은 그다지 높지않다.

지난 4월말현재 투신사가 5%이상 주식을 보유하고있는 종목은 모두
1백21개.

이중 투신사가 최대주주인 곳은 대영포장 대우정밀 메디슨등 3개사에
불과하다.

은행들의 영향력은 더욱 작다.

은행이 신탁계정에서 보유하고있는 주식은 상장사 총발행주식의 7.4%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을 통해 추진한다는 원칙을 이번에
재확인한 만큼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 경영자들이 가장 두렵게 느끼는 대상은 자신들의 주식을
대량으로 갖고있는 기관투자가라고 한다.

"오펜하이머펀드" "캘퍼스"등이 주주총회의 대표적인 큰 손들이다.

오죽하면 "기관투자가 자본주의"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졌겠는가.

< 조일훈 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