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투자자들의 넋을 빼놓는 "IMF 증시"에서는 한국 경제를 대변하는 대표
기업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IMF체제전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6월17일이후 1년도
채 안지났지만 이른바 업종대표 종목들 가운데서 주가가 반토막난 주식들이
속출하고 있다.

협조융자에 의존하고 있는 몇몇 대기업계열사나 중소기업들과 달리 대표
기업들의 주가 침몰은 한국경제의 기초(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감을 더해주고
있어 증시에 주는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종합주가지수가 797.29로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작년 6월17일이후
이달 11일까지의 11개월 남짓 사이에 건설업의 대표주자인 현대건설 주가는
81.23%나 내려 앉았다.

2만5천원을 약간 웃돌던 주가에서 2만원이라는 돈이 날아가 현재는 액면가
(5천원) 수준을 맴도는 한심한 처지가 됐다.

운수업종의 대표주자인 대한항공은 73.84%, LG반도체는 67.34%,
정유화학업의 SK도 58.72%, 국민은행이 50.76%로 정확하게 50.%이상의 주가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주가가 절반이상 떨어진 셈이다.

한전 현대자동차 등도 40%대의 하락률로 넓게 잡아 "주가가 절단난 대표
종목군"에 포함된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이충식 동향분석실장은 "기본적으로 영업실적 악화가
주가 추락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같은 영업실적 악화에는 IMF의 고환율로 외환손실이 엄청나게 커져
버린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대표기업들의 경우 거의 예외없이 외화부채가 많아 IMF의
환충격을 곱배기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며 "대표기업들의 주가는 환율급변
시대라는 펀더멘털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의 경우 작년말 결산에서 환차손이 1조4천4백억원 발생해 매출액
의 13.4%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대한항공도 매출액의 16%에 상당하는 거액의 환차손이 발생했다.

동아증권의 권영건 조사팀장은 "대표기업들의 주가는 한국경제의 문제를
액면 그대로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표종목군들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이 그런대로 선호한 종목들은 상대적
으로 양호한 주가를 지키고 있다.

SK텔레콤은 같은 기간동안 주가가 21%이상 상승해 있다.

삼성화재도 4.91%의 주가상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전관의 주가는 보합세를 유지했고 포철의 주가 하락률은 6.04%에
그쳤다.

이 기간동안의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이 54%인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주가
실적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시장의 특수한 수급요인을 반영한 "가수요"적인 요인이
이들 주식을 떠받친 감이 비친다.

SK텔레콤은 외국인들이 예전부터 선호한 종목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인매입
한도가 33%로 일반 종목(한도 55%)보다 작은 특수한 배경이 있다.

그래서 심심찮게 외국인투자 한도설이 나도는 종목이다.

외국인한도가 25%로 제한돼 있는 포철도 마찬가지다.

외국인한도 확대라는 시장의 "테마 호재"로 그런대로 주가가 유지된다는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대표 기업들은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으로 펀더멘털만
바뀌면 다른 종목보다 한층 더 강한 상승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에 걸리는 기간에 대해선 아직도
불확실한 변수로 보고 있다.

정부예측보다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 양홍모 기자 y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