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걸음이냐 추가하락이냐"

외국인 전문가들이 그려내는 이번주 증시기상도다.

이들은 우울한 전망의 배경으로 두가지 주요 악재를 꼽고 있다.

"엔.달러움직임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과 "국내 기업들의 파업이
확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그것이다.

만일 파업확산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엔화환율도 안정적으로 움직인다면
대단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지만 그것은 턱없는 기대감일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투자자들도 적극 뛰어들기보다는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쌍용증권의 스티븐 마빈 조사담당이사는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전개될 노사충돌이 주가를 압박하는 가장 큰 납덩어리"라고 지적한다.

"한국기업들의 구조조정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노사문제의 개혁
(Labor Reform)가능성까지도 가늠해 보겠다는게 외국인투자자들의 시각"
이라는 설명이다.

타의든 자의든 구조조정은 이미 설정된 좌표이므로 노사관계가 주가향방의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미국계및 유럽계투자자들이 노사문제에 가장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마빈 이사는 또 "이달 들어 무역수지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2.7%의 증가율에
불과하다"며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때문에 그는 종합주가지수 400선이 지지선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ABN암로증권의 다니엘 하워드 영업담당전무는 엔.달러환율의 불안과
증시체력약화를 악재로 지목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440~460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 G7회담에서 엔.달러환율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며 "엔화약세의 불안감이 이번주 한국증시를 짓누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소득세감면등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지난 70년대 IMF지원을 받은 영국이 구조조정과정을
거쳤을 때 노조활동은 거의 중단됐다는 기억을 외국인투자자들은 되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투자자들이 당분간 노사관계를 좀더 지켜보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거리고 있는데다 거래량이 연일 줄어들어
증시체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그만큼 시장참가자들의 투자심리가 식어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인다.

빌 헌세이커 ING베어링증권의 조사담당차장도 이번주 엔화움직임을 보는
눈이 곱지않다.

"일본정부의 경기부양대책이 나왔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신통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엔화불안은 여전하다"고 말한다.

엔화추이가 이번주 한국증시에도 여전히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이다.

이번주 외국인투자자들은 매수규모를 줄이되 매도규모를 크게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강하다.

엥도수에즈 WI 카증권의 김기태영업담당이사는 "지난1,2월에 대거 들어온
미국계보다는 단기시세차익을 노리는 영국및 홍콩계가 바삐 움직일 것같다"며
"노사관계가 다소 악화되더라도 매도규모가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팔고 나가고 싶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출구없는 시장"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것.

팔자에 나서봤자 기관투자가들이 받아줄 여력이 없고 관망세로 일관하는
다른 외국인들과의 손바뀜도 여의치 않다는 이유다.

대신 종합주가지수 430아래로 떨어질때쯤 다시 매수에 나설수 있다고
김이사는 전망했다.

< 김홍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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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