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페레그린증권사를 인수,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하려는 대한종금의
전략이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홍콩페레그린이 민사소송에 이어 형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동방페레그린 지분 44%를 갖고있는 홍콩페레그린은 1일 자신의 주권을
보관중인 동방측이 주권반환요청을 거절하고 있다며 동방측 대표이사를
업무상 횡령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홍콩측은 이미 지난 3월 동방측의 1대주주인 대한종금이 일방적으로
임시주총을 소집, 이사를 해임시켰다며 서울지법에 주총의결 무효확인소송을
냈다.

홍콩측은 고소장에서 "재산관리상의 필요로 인해 두차례에 걸쳐 주권반환을
요청했으나 동방측이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아니다.

"1대주주인 대한종금이 배후에서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수사까지 요청했다.

동방측은 이에대해 "주권의 종류및 번호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환을 요청한 홍콩측 파산관재인의 법적 지위가 불투명해 이를 거절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동방측은 손해배상을 해줘야할 쪽은 홍콩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남아 등지에 설립한 총 1억달러규모의 역외펀드를 운용하면서 4천만달러
의 투자손실을 동방측에 입혔기 때문이라는 것.

동방측이 이들 역외펀드를 통해 홍콩페레그린이 발행한 기업어음(ACN)을
매입했는데 홍콩페레그린의 청산절차 진행으로 매입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동방측은 이에대한 청산작업을 책임지고 있는 홍콩페레그린의 청산인이
3개월이 넘도록 상환일정 등에 대해 일절 함구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는 홍콩측이 반환을 요구한 주권의 액면가격인 3백54억원의 2배 가까이
되는 금액.

한마디로 홍콩측의 요구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번거로운 법적 다툼을 피하기로 이미 신사협정까지 체결해놓고서
이제와 딴짓을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이다.

증권계는 홍콩측의 이번 "돌출 행동"이 의도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영업정지중인 대한종금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해 지분가격을 높이기
위한 계산이라는 것.

즉 회사정상화를 위해 조기에 매각협상을 매듭지어야 하는 대한종금으로
서는 장기간의 소송전을 치를 여유가 없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한종금측이 홍콩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하면서도 소송문제로
비화되는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그러나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한종금측도 맞소송을 통해 "확전"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협상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경우 지난 92년 홍콩페레그린과 신동방 등 6개회사의 합작계약에 의해
설립된 최초의 외국합작 증권사인 동방페레그린의 운명은 법정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이심기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