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로 옮기면 정신자세부터 달라집니다.

1년마다 재계약하기 때문에 악착같이 일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중형증권사에서 근무하다 환은스미스바니증권으로 옮긴 X씨의
이말에서 한국 증권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잘 읽을수 있다.

"직원 한사람이 번 것이 얼마이고 쓴 것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계산한다.

쓴 것보다 덜 벌 경우 재계약이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는 정반대다.

"사람은 많아도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D증권 관계자)

이는 증권사 직원수와 손익을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국내 부동의 1위인 대우증권은 2천3백21명의 직원으로 지난 97년
상반기(97년 4~9월)중 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식평가손을 1백%를 반영할 경우 적자규모가 5백80억원으로 늘어난다.

"수익위주" 경영으로 국내 증권사의 "원망"을 사고 있는 동원증권은
1천1백7명으로 1백9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1인당 1천8백만원을 번 셈이다.

그러나 주식평가손을 모두 반영하면 18억원 적자로 반전된다.

반면 소수정예를 내세우는 외국 증권사는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자딘플레밍증권 서울지점은 53명으로 35억원을 벌었다.

1인당 순이익이 6천6백만원이나 된다.

ING베어링증권은 52명으로 24억원, ABN암로증권은 38명으로 11억원을
벌었다.

환은스미스바니증권은 개점 1년만에 엄청난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
(이종환 상무)이다.

외국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의 이같은 "격차"는 바로 인재부족에 있고
인재부족은 연공서열에 따른 경직된 인력관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송동근 ABN암로증권이사는 "국내 증권사에서 별다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증권맨이라도 외국사로 옮긴뒤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며
"동기부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하루빨리 성과에 따른 "차별화"가 정착되고 군살을 빼야 한다는 얘기다.

인재부족은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단순한 수익구조와 직결된다.

수수료 의존도는 지난해의 경우 66.7%에 달했다.

일본의 40%선과 미국의 18%선에 비해 기형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수수료율이 자유화돼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타격이 심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수익원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사전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아 오히려 부작용만 큰 실정이다.

리스크관리 능력을 키우지 않고 파생금융상품을 통해 해외투자에
나섰다가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국내 주식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데 따른 평가손만도 1조원에 이르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의 생존전략은 인재육성에 있다.

사람이 있으면 리스크관리도, 수익원 다양화도, 선진국 증권사와의
전략적 제휴도 가능하다.

글로벌시대를 앞서서 이끌 수 있는 인재확보가 벼랑에 몰린 증권사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이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