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채권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지난해 12월31일 이후 이달 16일까지
외국인들이 매입한 채권은 모두 7천1백65억원.

지난 1월 3천3백1억원어치를 순매수한데 이어 2월들어서도 16일 현재까지
3천8백6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데 그쳐 주식시장유입자금에 비하면 크게
미흡한 규모이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낮은 국가신용도,
불안한 환율, 채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세계은행은 채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은행(IBRD) 델 벨리 자본시장개발국 선임연구원은 17일
증권업협회를 방문, 외국인 자금이 채권시장에 들어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채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협회관계자와 채권시장의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눈후
"한국채권시장은 정부의 개입(국채 강제매각)으로 벤치마켓(기준수익율이
되는 장기채시장)이 조성되지 않고 있어 적정수익율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채권들은 대부분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정보가
공시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인해 유동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외국인들이 채권을 마음대로 사고 팔지 못하고 있다며
장기채시장을 활성화하고 장외시장에 자동전자시스템(매매체결시스템)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업계는 외국인의 채권투자부진의 원인을 주로 환율불안과 낮은
국가신용도에서 찾고 있다.

대우증권의 오필현 채권부장은 "최근 달러에대한 원화환율과 국내
금리를 비교해보면 환율변동이 훨씬 심하다"면서 환율불안이 직접적인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외에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장기채시장이 발달돼있지
않다면서 환율만 안정되면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증권 김정기 금융상품팀장은 "외국 신용평가기관들이 아직까지 한국의
신용도를 투자적격수준(BBB)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신용도가 높아지면 채권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박주병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