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 주식시장이 꾸준한 회복세를 타면서 월가의 투자자들
사이에 "한국 증시로의 본격 복귀" 여부를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세계 증권가의 "큰 손"인 템플턴 펀드가 "지금이 한국증시의 바닥"
이라며 적극 투자를 공언한데다 국제적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도 최근
서울을 방문, 투자 재개를 시사하면서 저울추가 "복귀"쪽으로 기우는 듯한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월가를 비롯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7일 현재까지 한국 증시에서
닷새 연속 순매수세를 유지, 총 3천1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
단적인 증거다.

최근 "한국 주식 사들이기"에 부쩍 열을 올리기 시작한 펀드중
대표적인 곳은 샌 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매슈 인터내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

매슈펀드는 초근 하루 2백달러씩의 페이스로 한국 주식을 매입,
펀드 잔고를 불과 몇주사이에 3천7백만달러에서 1천1백만달러로 줄였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포항제철 SK텔레콤 등 뉴욕 증시에도 상장돼 있는 대형 우량주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투자"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증권분석회사인 페인웨버의 피터 마커스 연구원은 "포항제철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철강업체"라며 "특히 원화 환율 하락으로 포철의 t당
제조원가가 60달러로 낮아진데다 주가가 세계 65개 주요 철강업체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증시 복귀 타이밍과 관련,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는 펀드
매니저들도 적지 않다.

몽고메리 이머징 아시아 펀드의 프랭크 창은 "김대중 당선자가 지금까지
밝힌 정책방향은 고무적"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가 취임후 자신의 말을
실제 정책에 옮길 때까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몽고메리 펀드는 해외 주식투자에 운용하고 있는 3천5백만달러 가운데
한국 증시에는 고작 1%만을 투 자하고 있는 상태다.

파이어니어링 매니지먼트의 증권 분석가 크리스토퍼 갤리지오는 더욱
"조식스런" 입장이다.

그는 "한국의 회사들 가운데 70%가 도산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포항제철과 SK텔레콤 등 특정 우량주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투자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복귀 시점을 결정하는 문제와 고나련,
최대 변수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현재 서울과 뉴욕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단기외채 해결방안이 어떤 결말을 내리느냐 하는 대목이다.

올 1.4분기중에만 2백15억달러 이상의 단기외채가 만기를 맞게 돼
있는 만큼 확실한 처리 방안이 확정되지 않는 한 한국에 본격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 뉴욕 = 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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