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시장은 외국인투자한도확대로 사실상 완전한 대외개방이
이뤄졌다.

지난 4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주식대량보유제한규정이 철폐된후
6개월만에 외국인에게 주식취득을 55%까지 허용, 사실상 시장이 개방됐다.

"경영권획득을 위해서는 이사회승인을 받아야하지만 의결권행사로 이사를
교체할수 있으므로 결국 시차를 둔 적대적인 인수합병가지 가능하게 됐다고
할수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는 인수합병시장이 외국인들에게 완전히 개방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수 있지요"

윤현수 코미트 M&A 사장은 12월들어 외국인들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며
내년에는 인수합병시장에 외국인 바람이 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수합병시장이 외국인에 개방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이후 국가부도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수
있다.

국내 우량한 회사들이 감량에 들어가고 있어 외국기업들이 한계기업을
인수할수 있도록 해야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국내 기업들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사업을 확대한 회사들은 대부분
실패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종합금융회사을 인수한 회사들은 대부분이 인수회사가 영업정지를
당해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나라종금을 인수한 보성그룹은 한달여만에 나라종금이 영업정지당하는
불운을 맞았다.

또 성원그룹(대한종금) 한솔그룹(한솔종금) 쌍용그룹(쌍용종금) 등도
수백억원을 투입한 대가를 얻지 못한채 사업다각화가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태일정밀은 대구종금을 인수하기 위해 많은 출혈을 한 후유증으로 결국
파산위기에 처했다.

한화종금의 1대주주인 한화그룹과 2대주주인 우학은 한화종금의
경영권을 놓고 법정분쟁까지 벌였으나 한화종금의 영업정지로 노력이
물거품이 될 처지이다.

제조업체시장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실회사 전문의로 불리던 신호그룹은 인수한 회사중에서 모나리자
신호전자통신 등 4개사를 다시 처분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해태그룹은
아남전자를 아남전자를 인수한지 1년여만에 자금난으로 금융권에 도움을
청하는 벼랑에 몰렸다.

M&A를 통한 사업확장이 오히려 그룹전체를 위기로 내몬 것이다.

M&A전략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성보경 프론티어 M&A 사장은 "기업인수에 단기운용자금을 투입한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나라 기업의 일반적인 관행처럼 과잉투자 후유증이라고
해석했다.

인수합병시장은 제도적인 면에서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 4월 증권거래법에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했으나 시행 1년도 못해
도마위에 올랐다.

이 제도는 당초 소액투자자들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경영권보호와 기업퇴출을 가로 막는 걸림돌로 작용,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하반기들어 경영권을 인수한 몇몇기업들은 24.99%만을 인수하면서
이면계약으로 경영권을 확보, 의무공개매수를 피해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결국 정부는 지난 11월 의무공개매수수량을 총발행주식의 50%에 1주를
더 사야하는 "50%+1주"에서 "40%+1주"로 낮추었으나 효과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인수합병시장은 교훈도 남겼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영권 방어기술이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대주주들은
방어기술이 미숙한 편이었다.

대농의 경우 미도파의 경영권방어에서 과다한 비용지출로 결국 그룹의
일부 계열사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었다.

신성무역의 대주주는 사보이호텔의 공격을 물리치지 못하고 마지막에
공개매수에 응했다가 경영권을 넘겨 주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변화했다.

레이디가구의 대주주는 중원등이 경영권을 빼앗으려하자 보유주식을
처분 공격자에게 자금부담을 안김으로써 경영권을 방어했다.

중원 등이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고 보유주식을 시장에
내다팔는 정면승부를 걸어 승리한 것이다.

레이디가구사건은 중원측이 자금도 마련하지 않은채 공개매수를
시도함으로써 공개매수규정의 헛점을 드러냈다점에서도 주목됐다.

이와함께 변인호씨는 중원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외국사의 중원인수소문을
허위로 퍼트린후 주가를 끌어올려 매매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나
감독기관이 공시규정을 개정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97년 인수합병시장은 이렇듯 인수회사 피인수회사 투자자 모두에게
많은 시련과 교훈을 남겼다.

그러나 이를 음미할 틈도 없이 외국인들이 무더기로 몰려오고 있다.

"98년은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인수합병이 붐을 이룰 것입니다"라고
권성문 한국M&A 사장은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대외 개방됐지만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으로
내외국인간에 동등한 경쟁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박주병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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