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상여금으로 주식을 사들여 주가방어에 나서는 상장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23일 동아건설 관계자는 "직원들과 합의하에 이달말 지급예정인 상여금과
연차수당 전액을 자사 주식 매입에 사용키로 했다"며 "총 주식 매입규모는
70억~80억원선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70억원어치를 매입할 경우 전체 발행주식수의 3%
이상을 사들이는 셈이 된다.

동아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아건설의 대주주 지분은 6월말 현재 20%선이어서
주가방어뿐만 아니라 M&A방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그룹의 지주회사인 대림산업도 이같은 방식으로 주식을 사들이기로
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번달에 지급되는 보너스의 50%를 대림산업 주식을
사도록 노조측과 합의했다"며 "총 16억3천만원어치(1.6%)의 주식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림산업은 대림자동차 대림엔지니어링 삼호 서울증권 고려개발 등 계열사
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대림그룹의 지주회사지만 대주주 지분은 고작
9.2%에 불과하다.

이밖에 부국증권과 한진투자증권은 연차수당과 연말 상여금을 자사주
형태로 지급할 예정이다.

부국증권은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기회사주식 47만5천3백30주를
직원들에게 내년 3월중순부터 말일까지 지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진투자증권도 직원들에게 일반증권저축이나 근로자주식저축에 가입토록
해 연말에 지급되는 상여금으로 자사주식을 매수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종업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은 주가하락을 막을 수 있고 직원들에게 애사심을 심어줄 수 있으며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하락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아 직원들과 합의하에 상여금을 통해
주식매집에 나서고 있어 주가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