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투신의 업무정지로 국내 투자신탁산업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돌풍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4년 우리나라에 투신산업이 태동한지 23년만에 맞은 투신사 업무정지
사태는 당장 업계에 충격으로 와닿고 있다.

그나마 은행과 함께 안전한 것으로 믿었던 투신사의 고객들이 다시 불안해
하며 수익증권을 환매하여 현금인출사태로 이어질 경우 업계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제도상 투자신탁이 안전하다는 것은 신탁재산이 별개의 보관기관에 보관
되어 있어 안전하다는 것이지 회사자체가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때문에 이번 사태로 자칫 투신사에 대한 불신감이 이어질 경우 업계 전반에
걸친 대량환매사태를 빚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자금시장은 마비상태를 넘어 동맥경화를 앓게될 것으로 우려
되고 있다.

투신사 보유채권규모가 67조원에 달해 전체 상장채권의 32%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투신사 전체 수탁고중에서도 공사채형이 83%에 이르기도 한다.

사실 고객이 맡긴 신탁재산은 주식채권등 유가증권으로 수탁기관에 보관
되어 있어 안전한 상황이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을 한시바삐 불식시켜야 한다
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신세기투신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에서 투신사 구조조정도 자연스레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우선 신세기투신의 신탁재산은 재경원장관의 펀드인계명령에 따라 그대로
한국투자신탁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를 통해 한국투신은 수탁고가 27조원을 넘는 대형사로 부상하면서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 이같은 선례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신세기투신뿐 아니라
여타 지방투신 등이 파국을 맞기 전에 다른 투신으로 넘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탁재산을 인계하고 남는 신세기투신이란 회사자체는 3자인수 등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투신업계의 살아남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수탁고를 늘리려는 노력과 함께 신탁재산의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도 강구될 것이다.

대형화로 가는 회사와 전문화를 지향하는 회사는 물론이고 증권사로 전환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회사들도 나타날 전망이다.

경비절감등 몸집을 줄이려는 전략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경영혁신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구조개편이 진행되는 동시에 투신산업의 제도개선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매제도만 하더라도 당일이 아닌 3일 제도로 바꿔 신탁재산 운용의
운신폭을 넓히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공사채형의 기준가격 산정도 주식형처럼 싯가로 평가하는 등 투신사가
"저축기관"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투자기관"으로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