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상장 제조업체들이 입은 환산손(환산손)이 30조원을 넘어서면서
기업들의 무더기 적자결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현상태로서는 결산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회계
기준 변경 등 정부의 긴급한 지원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10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작년말 달러당
8백44원20전에서 이날 1천5백65원90전으로 무려 7백21원70전이 올랐다.

이에 따라 작년말 현재 4백21억달러의 순외채를 갖고 있는 상장제조업체들
의 환산손이 30조3천8백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환산손은 기업이 갖고 있는 화폐성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결산기말에
당시의 환율로 계산해 반영할 때 입는 평가손이다.

현행 회계기준을 적용할 경우 등 외화부채가 많은 대형기업들은 환산손을
포함한 결산으로 이익규모가 크게 줄거나 자본이 잠식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대외신인도가 크게 추락해 국내 제조업체들의 해외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는 지난 6월 현재 한국전력이 76억3천만달러의 외화
부채를 지고 있는 것을 비롯 대한항공(55억8천만달러) 삼성전자(52억7천만
달러) SK주식회사(34억4천만달러) 한진해운(26억5천만달러) 포철(26억3천만
달러) 등 전자 철강 정유 항공 해운 업종의 대형업체들의 외화부채가 많은
편이다.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통상산업부 등이 지난 10월부터 기업회계
기준 변경을 주장했지만 재정경제원이 개정한지가 1년도 채 못됐다며 반대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경련 이병욱 금융재정실장은 "국제적으로도 장기분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거나 선택적으로 표시할 수 있게 해주고 있고 특히 환율변동이 클 경우
에는 외화부채관련 자산도 함께 평가해 헤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절차에 얽매이지 않는 지원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