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주가 추락이 투자자들을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다.

주가하락으로 인한 투자손실을 증권사 영업맨에게 항의할만한 여력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깡통계좌의 부족금액을 채우라는 증권사의 전화를 피해다니는 도망자
신세를 한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9일만에 30% 가까이 폭락한 주식시장은 투자자들에게 말로 표현할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하한가로 매도주문을 내도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공황상태가
1주일이상 계속되면서 신용투자자의 손실은 감당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편 모르게 주식을 샀다는 강남의 한 투자자는 지난주 월요일
깡통사태를 피하기 위해 매일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주문내고 있으나 겨우
30%만 처분했다.

연일 계속된 주가폭락으로 지난수요일 "깡통"을 찼고 이후 하루
3백여만원씩 손실이 증가했다.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하더라도 1천만원이상을 증권사에 물어내야할
처지다.

추가담보를 확보하려는 증권사 직원을 피해다니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400선이 무너지던 날 주가바닥을 예상해 주식을
매입했던 신용투자자들도 담보부족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명동의 한 투자자는 지난 토요일 (11월29일) 종합주가지수가 한때 391로
추락한후 400선으로 반등하자 주가가 바닥을 쳤다고 판단, 은행 증권 등
낙폭과대주를 신용매입했다.

그러나 연일 계속 하한가로 추락, 이제는 담보부족을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10년을 넘게 주식투자를 했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고 한탄하고
있다.


<>.미증유의 증시폭락사태가 계속되자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 직원들마저 완전히 물갈이될 판"이라고 절망하고 있다.

일반투자자뿐만 아니라 친척명의 등으로 알게 모르게 주식투자를 해온
증권사 직원들마저 많게는 억대의 투자손실을 입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중간퇴직금 정산으로 목돈을 받은 직원중
상당수가 주식투자해 손실을 봤다"며 "하소연할 데도 없는 영업사원들이
엄청난 정신적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깡통계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신용융자금 회수에
비상이 걸렸다.

대우증권 감사실 관계자는 "요즘같은 주가폭락사태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 때문에 깡통계좌손실을 어떻게 회수해야 할지조차 모르겠다"며
"업무개발부서와 공동으로 손실금회수 메뉴얼을 만들고 있으나 잘 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각 증권사에서 깡통계좌손실금액을 어떻게 회수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매일 연락하는 등 치열한 정보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합의한 것으로 발표됐던 IMF 구제금융협상이 결렬되면서 주가가 더욱
폭락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육두문자에 가까운 온갖 욕설이 쏟아졌다.

"주식시장은 끝났다"는 한탄에서부터 "도대체 협상을 어떻게 하는거냐"
"000 등을 폭파해야 한다"는 협박까지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협상능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부에서
투자자들에게 환상만 불어넣다가 주가를 결국 이꼴로 만들었다"며 "경제를
이토록 망가뜨린 책임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정부관계자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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