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보완, 기업부채 일시 동결등 긴급대책들을 거부하면서 28일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고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등 경제전분야에 걸쳐 혼란상이
가중되고 있다.

대선후보 진영등 정치권에서는 이날 일제히 실명제 유보, 긴급명령 발동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경제계에서도 전일 30대 대기업들이 건의한
특단의 조치를 조속히 시행해 줄 것을 재촉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날 김영섭 경제수석은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실명제 대체입법에서
벤쳐기업 투자자금에 대해 자금 출처조사를 면제하도록 한 것외엔 기존입장
에 변화가 없다"며 실명제보완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김영삼대통령이 벤쿠버에서 돌아오는 길에 "금융실명제가 풀리거나
보완되면 대단히 불행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금융실명제를 통해 세금을 더걷어 경제정의를 실현
한다는 당초의 목적도 실효된 상태고 차명도 합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미 유명무실해진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제도는 돈 있는
사람들의 자산운용에 불편만 주고 있을 뿐"이라며 정부 입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날 각정당들도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전체 기업들이 도산위기에 처한 특수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특단의 조치를 촉구했다.

국민회의도 현재 금융공황 상태가 진행중이므로 대출금 상환 유예 등
경제계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신당 역시 김대통령은 실명제 보완에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실명제 보완 불가방침을 밝히면서 이날 주가는 폭락세를 보였다.

증시종합 지수는 전일대비 21.19포인트 떨어진 411.91을 기록하면서 4백선
을 위협했고 6백5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지금상태로는 4백선 붕괴도 시간 문제라며 정부가 문제의
시급성을 외면하고 아직도 명분만 중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외환시장도 이날 장중 달러당 1천1백80원의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다시 종전의 폭등세로 돌아섰고 거래 역시 급감해
외환시장의 불안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높였다.

<정규재.김선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