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에서 백기사(White Knight)는 기업사냥꾼(Raiders)들로부터 적대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기업의 경영권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방어 계책이 의미가 없고 방어자금의 조달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태에서
그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의 의사에 따라 우호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3자를 지칭한다.

이와는 약간 상이하지만 방어하는 측에 필요한 지분 확보를 도와줌으로써
경영권을 지키게 하는 백영주(White Squire)도 있다.

국내에서 백기사의 경우는 아직 없었지만 백영주사례가 이미 오래 전에
있었다.

경남에너지를 공동 경영하고 있던 원진과 가원의 경우에서 백영주의 예를
볼수 있다.

가원보다 지분이 약 1%정도 더 많은 원진이 자회사인 울산에너지와 공동으로
공개매수를 통하여 발행 주식의 10%정도를 확보하여 경영권에서 가원을
배제시키려고 했다.

이에 맞선 가원은 독자적인 방어만으로는 원진측의 공격에 대항할수 없다고
판단하여 평소에 친분관계가 있던 대웅제약과 연합하여 원진의 공개매수
기간 동안에 공개매수가격 이상으로 시장에서 주가를 유지시켰다.

당사자인 가원도 시장에서 지분을 더 확보하는 한편 대웅제약으로 하여금
경남에너지의 일정 지분을 확보하게 하여 우위를 차지했다.

가원측은 공격을 감행한 원진측을 경영에서 배제시켰다.

물론 원진과 협상을 통하여 다른 양보를 하긴 하였지만.

이러한 백기사나 백영주와는 달리 적대적인 M&A가 진행 중인 기업의 대주주
와 경영진의 의사나 공격하는 측의 의사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제3의 인수자를 가리켜 흑기사(Black Knight)라 한다.

이 경우 적대적인 인수자들보다 흑기사측의 인수금액이 높아진다.

현 대주주와 경영진의 의사와 관계없이 경영권을 획득하려 하므로 제2의
적대적인 레이더스라고 할수 있다.

최근 제일상호신용금고가 전 국제그룹 양 전회장과 사위가 법정 공방을
보이고 있는 신한종금의 지분을 인수했다.

적대적인 M&A가 추진되고 있는 이 회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갖고 있는
성원이 향후에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공동보유자(Acting in Concert)가
되느냐 혹은 한국 최초의 제3의 인수자인 흑기사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