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가 외환.금융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나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재정경제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수능추위"처럼 냉담하기만 하다.

발등의 불인 단기외화부채 상환자금에 대해선 이렇다할 묘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중장기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다.

외국인들의 이런 반응은 20일 환율폭등과 주가폭락으로 나타났다.

금융안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강국면을 나타내던 외국인매물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달러유출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증권사 임원들의 반응을 정리한다.


<> 리차드 사무엘슨 (SBC워버그증권 서울지점장)

=이번 안정대책은 단기적으로 미미한 효과만 거둘 것이다.

환율변동폭이 상하 10%로 늘어나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1천2백50원까지
오르고 외국인의 주식매도는 지속될 것이다.

중장기 보증채권시장이 개방돼도 환율 때문에 유입자금이 20억~30억달러
달러에 이를 것이나 단기적으로는 미미할 전망이어서 내년에도 달러부족
현상은 이어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때다.


<> 에드워드 켐벨해리스 (자딘플레밍증권 서울지점장)

=외국인들은 재경원이 외환.금융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했다는 점에서 환영
하고 있으나 이번 대책이 충분한가에 대해선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들은 국내적인 대책보다는 일본중앙은행이나 IMF 등 외부적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외부요청이 늦어질수록 신뢰회복도 장기화될 것이란 점에서다.

채권시장이 개방돼도 원.달러환율이 안정되지 않는한 외국인자금은 섣불리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적정환율은 1천2백원~1천3백원선으로 본다.


<> 이옥성 (WI카증권 서울지점장)

=금융안정대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주식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원.달러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은 물론 외환.금융위기 여파로 한국의
펀더멘털(경제기본여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채권시장이 개방돼도 환율불안과 컨트리리스크(국가신용도 하락)로 외국
자금은 별로 유입되지 않을 것이다.

IMF 구제금융이 불가피한 실정이나 실제자금이 들어올 경우 통화증발에
따른 물가불안도 주시해야 한다.


<> 댄 하우드 (HG아시아증권 이사)

=이번 대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동남아 통화위기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지난 6월 이전에 이런 대책이
나왔어야 했다.

이번 대책은 단기적으로는 외환및 주식시장에 제한적인 효과만 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올바로 가기 위해선 IMF 등에 서둘러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환율이 안정되기 전까지 외국인들은 주식이나 채권에 선뜻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은행 종금사 등의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질지는 좀더 두고봐야겠다.

< 홍찬선.김홍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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