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특정한 사물 혹은 상황을 판단하는데 있어 준거의 틀이 되는 것을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통용되는 대부분의 패러다임이란 것들이 모두 서양문명권에서
창안되고 정제된 것인 바 이를 오래전부터 전혀 다른 인식체계를 갖고 있었던
동양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고 하겠다.

이에 관한 좋은 실례가 서양인의 입장에서 동양을 분석한 이른바 오리엔탈
리즘인데 얼마전 우리나아에서도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책자가 발간되어
무분별한 서구이론의 적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마찬가지 심정에서 최근 외국인들의 무차별 매도로 빈사상태에 처한 증시를
바라보며 서구인들이 갖고 있는 또다른 오리엔탈리즘이 반박될 시점은 언제가
될지 기다려진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