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또다시 무너지고 마는가.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대폭으로 추락하며 추가하락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5년만의 최저치였던 470.79(10월31일)도 안전지대는 아니며 저점에 대한
전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중 84.95포인트(18.0%)나 올라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했으나 일주일도 안돼 증시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폭락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해하고 있다.

정종렬 신영투자신탁 사장은 "종금사의 유동성 위기와 원.달러환율 급등이
겹치면서 외국인 매도가 다시 시작되고 있어 바닥에 대한 전망을 할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기금의 주식매수가 가시화되고 스팟펀드가 허용되는 등의
긴급대책을 통해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주가는 곤경에
빠질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성호 대우증권 연구위위원도 "지난 10월에 나타났던 것처럼 수급이
무너지며 폭락하는 장에서는 기술적 분석이 들어맞지 않는다"며 "환율불안이
지속되는 한 주가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불안감은 외국인 매도주문을 직접 받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에서 더욱
심각하게 감지된다.

송동근 HG아시아증권 이사는 "한도 확대를 전후로 나타났던 외국인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며 "환율동향이나 선물매매동향을 볼때 외국인의 대량매도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헌구 ING베어링증권 이사도 "외국에서 한국 증시와 경제에 대한 부정적
분석과 언론보도가 잇따르면서 외국인매물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증시를 어둡게 하는 것은 그동안 매수에 나섰던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일부 "팔자"에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용 동원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개인투자자들이 그동안 낙폭과대주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서 외국인매물과 싸우면서 주가상승을
이끌었으나 "은행 한전 등 개인매수가 몰린 종목에 외국인 매물이 집중되고
있어 이제는 개인투자자 마저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량거래가 터진 뒤에도 주가가 속력을 내지 못하자 에너지 소진으로
되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는 폭락하자 이제는 한국이 동남아의 주가.통화폭락을
유발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이 동남아와 홍콩 및 일본의 영향을 받는다"는 증시 동조화론에서
"한국이 전염병의 진원지"라는 역 동조화론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