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원.달러환율이 지난 23일이후 처음으로 약보합세로 반전된 것은
무엇보다도 정부가 금융기관및 대기업에 대해 달러화 매입자제를 강력히
요청하는 등 정부의 의지가 어느정도 먹혀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처가 지나치게 늦어져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가속화돼
주가가 계속 폭락하고 달러화 매입에 대한 구시대적 규제가 신설되는 등
국민경제적으로 이미 엄청난 희생을 치른 뒤에 찾은 일시적인 안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재경원은 대만등 동남아국가의 환율상승과 홍콩 등 외국증시의 동반폭락사태
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자금의 이탈을 부추키자 지난 29일 외자유입통로를
확대한데 이어 지난 30일에는 외자 유출을 차단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일반 국민은 물론 기업과 금융기관의 달러가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사용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달러화 매입을 금지하고 대외지급 5일전부터야 달러를
살수 있게 하는 등 그간의 외환자유화정책기조를 뒤집기도 했다.

여기에다 금융기관및 대기업의 달러화 매입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고 정부
스스로 외환보유고를 풀어 달러화 매도에 나서는등 입체작전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외국환은행이 과도한 현물환(달러화) 매입으로 한도를 초과할 경우
엄중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시중은행에 전달하는 등 달러화를 9백60원대에서
사수하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동남아환율이 약보합세를 보이는데다 원.달러 환율에 악영향
을 주었던 미국 홍콩증시도 점차 안정국면을 찾고 있는 만큼 돌발변수가
없는한 외부요인에 의해 국내 외환시장이 다시 출렁거리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경상수지적자가 10월에도 5억달러 이내로 잡히고 12월쯤에는 소폭의
흑자로 돌아설수 있으며 무역수지흑자가 지난 8월이후 계속 되고 있는 만큼
달러화 투기심리만 진정되면 기업이 보유중인 달러화가 차츰 흘러나와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 30일 현재 원.달러환율이 지난해말보다 12.5% 절하되면서
원화의 거품이 상당부분 빠진만큼 냉정한 시각에서 볼때 추가상승여지도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경원의 설명대로 과연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을지는 불투명하다.

근본적으로 한국을 동남아국가와 동일시하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계속 매도하고 있는데다 현재의 안정세가 다분히 정부의 외압에 의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순매도세가 종식되지 않는한 국내 달러화투기수요와 맞물려
원화와 주가가 동반폭락하는 사태가 재발될 소지는 다분하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