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멕시코나 동남아식의 외환및 금융위기에 빠져들고 마는가.

연일 증시가 붕락하고 환율이 급상승(원화가치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이
총체적 위기상황에 봉착하자 멕시코사태가 우리나라에도 재현되는게 아니냐
는 우려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특히 최근의 주가와 원화가치폭락은 국내를 빠져 나가려는 외국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데다 갈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어 멕시코나 동남아국가들의
통화위기와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급격한 환율상승을 방어해야할 외환당국조차 28일부터는 환율상승에
속수무책인 상태로 돌아서 멕시코나 동남아국가들을 휘청이게 했던 외환및
금융위기는 결국 우리나라를 엄습하고 말 것이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가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서 촉발된 것이라기
보다는 아시아및 세계적 추세라는 점에서 너무 비관적으로 볼 성질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결국 현재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위기가 얼마나 빨리 진정되고
대기업연쇄부도 등 국내금융불안요인이 얼마나 조속히 제거되는냐에 따라
우리나라가 제2의 멕시코가 될것인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유사점=우선 외국인자금의 급격한 유출현상이 멕시코나 태국과 유사하게
닮아 있다.

멕시코에서는 지난 94년 기초경쟁력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던 페소화가치가
폭락하면서 외국인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지난봄 태국의 통화위기를 야기했던 매개도 외국인자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자금의 "탈한국"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9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외국인들은 11조3천4백1억원의 주식을 순매수
했었다.

그러나 지난 8월부터 순매도로 돌변, 지난 26일까지 무려 1조2백64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주식투매는 곧바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사자"로 연결됐고
이는 환율상승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악순환은 홍콩의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갈수록 확대재생산돼
"주식폭락-환율상승"을 야기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환율상승을 방어할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서서히 바닥나고
있다는 점도 멕시코위기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지난 94년 멕시코의 외환보유액은 63억달러로 환율을 떠받치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최근 홍콩도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홍콩달러사수에 나서고 있으나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지난 9월 3백4억달러로 줄었던 외환보유액은 이달에는 2백80억달러 수준
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밖에 은행 종금사 등이 부실여신급증 등으로 동반 부실화, 금융중개
기능이 마비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멕시코와 유사한 점으로 꼽히고
있다.

<>다른점=우선은 우리나라의 환율은 시장수급상황을 멕시코나 홍콩등보다
훨씬 많이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멕시코 등은 고정환율제를 고집,자국 통화의 고평가를 야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90년부터 시장평균환율제로 전환, 시장수급을
비교적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급격한 추가절하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자본시장개방폭이 적어 다른나라에 비해 핫머니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개방정도는 주식투자(현재 23%) 정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나라경제를 뒤흔들 정도의 외국자본의 급속한 유출도 없을 것으로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나라의 국제수지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등 기초적인 경제여건이
멕시코 등보다는 훨씬 좋은데다 현재의 외환위기도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도 멕시코등과는 다른 점으로 얘기된다.

<>전망=세계증시폭락이 진정된후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달려 있다.

세계적증시폭락은 조만간 그칠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시폭락으로 빠져나온 돈이 갈데가 없는 만큼 다시 주식으로 몰려들수
밖에 없다는 근거에서다.

세계증시가 회복조짐을 보이는데 발맞춰 우리나라의 외환및 금융위기도
진정된다면 멕시코사태우려는 불식될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만 외환및 금융위기가 지속된다면 회복불능상태에 빠져들수
밖에 없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