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에 만난 미국의 한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M&A딜러가 한국의 기업들은
이미 LBO(Leveraged buyout) 상태가 아니냐고 농반진반으로 물었다.

LBO란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여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다.

LBO 대상기업은 다음에 나열될 요소가 많이 있을수록 M&A가능성이 높아진다.

첫째 자본구조상 타인자본(부채)이 자기자본에 비하여 적을수록

둘째 부채로 조달된 인수자금의 이자비용을 인수 후에 감당하기 위하여
부채의 규모가 총 매출액 보다 적을수록

셋째 담보로 제공될 자산이 많을수록

넷째 매도자 금융(Seller''s Finance ; 매각자금의 수령을 유보하거나
분할 수령하는 경우)이 많으면 많을수록 등이다.

LBO 후에 대상기업은 위와는 반대로 자본구조에서 타인자본이 많아지고
매출액 대비 부채비율이 LBO 전보다 훨씬 높아져서 이자비용이 당연히 증가
하게 된다.

LBO도 일어나지 아니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과다한 부채를 지고 과도한
이자비용을 지급하고 있는 것을 미국인 M&A딜러가 이러한 LBO 후의 상황에
처한 것으로 빗대어 말한 것일 것이다.

기업의 자본구조가 타인자본의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호황기(매출액이
증가할 때)에는 그 자본에 대한 이자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불황기(매출액이 감소할 때)에는 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부도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최근 기아사태 이후 주가가 폭락하는 기업들 중에 다수가 타인자본(부채)이
과다한 기업이고 보면 대주주나 최고경영진은 결코 타인자본의 문제를 가볍게
여길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최근 정부의 기아해법이 다소 때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타인자본(산업은행
출자분)의 자기자본 전환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미국의 부동산.호텔체인그룹인 "트럼프"도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여
사업 확장에 나섰다가 미국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말미암아 이자 및 원금
상환이 어려워진 부도 위기를 채권금융기관과의 협의로 부채의 자본전환을
통하여 넘겼다.

한국 기업의 이자비용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가히 살인적이다.

우리의 경쟁상대가 후진국이 아닌 선진국이라면 한국 기업들은 이자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국제경쟁력을 회복하는 매우 중요한 경영 과제라고 생각된다.

정부 차원에서 상업차관의 기업 직도입과 같은 규제 완화가 아직 요원하고
금리 또한 내려가기 어려운 현실에서 부채과다기업들은 채권금융기관들과
협의하에 부채의 자본전환과 같은 자본구조조정을 하여 이자절감을 통한
생존을 모색하여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물론 부채의 자본전환시 주주지분이 희석(Dilution)되겠지만 기업의 생존
부터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