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부양책이 발표된지 이틀만에 종합주가지수가 16포인트 가까이 폭락하자
증시관계자들은 아연 긴장하고 있다.

최소한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막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던 증시부양책이
아무런 지지선 역할을 해주지 못함에 따라 투자분위기가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92년 지지선으로 간주됐던 560선이 무참히 깨지면서 400선으로
떨어졌던 주가 폭락의 악몽을 되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 시황담당자들은 이날 주가 하락으로 600선이 쉽게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증권 정동배 투자분석부장은 "올해 3번이나 지지선역할을 했던 600선이
무너질 경우 주가가 단기간에 큰폭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아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거나 연기금 등 기관을 통한 순매수, 증시안정
채권 SOC(사회간접자본) 무기명채권 발행 등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증시를 완전히 외면할 것"이라고 말하는 관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쌍방울 태일정밀 등의 매매거래정지 등으로 기업재무구조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동아증권 이대형 투자정보과장은 "거시적인 지표가 호전되더라도 기업부도
등의 위험으로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탈수 없다"며 "지지선으로 기대됐던
600선이 무너질 경우 걷잡을수 없이 주가가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할수 있다"
고 지적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증시안정책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600선을 위협받자
가뜩이나 커진 평가손이 더 커졌다며 울상.

모투신 H주식운용역은 "평가손규모가 워낙 커 시장의 안전판역할을 상실한
상태"라고 넋두리.

그는 외국인 매도물량을 사줄 투자자가 없어 증시는 깊은 골에 빠진 느낌
이라며 허탈해 하는 표정.

또다른 투신의 펀드매니저는 "근본적으로는 기아사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한
정부의 실책으로 인해 증시가 폭락한 것"이라고 지적.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날 주가 폭락이 미국계 투자자들이 한전을 대량
매도한데 따른 것이라며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

ING베어링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축소하려던 미국계
투자자가 어제 반등을 보이자 기다렸다는듯이 내다판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

이 관계자는 아시아지역의 투자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이달초 싱가포르
홍콩계에서 시작돼 영국계 미국계까지 확산됐으며 외국인 매도세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

특히 아시아지역의 투자비중을 줄이는 대신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남미시장
으로 외국자금들이 이동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전언.

<현승윤.최명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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