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안정책의 약효는 하루로 끝났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업부도설과 경제야 부도를 내건 말건 "비자금"
공방으로 날새는줄 모르는 정치권의 "직무유기"로 증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15일 증시는 중견그룹의 화의신청과 부도설로 인해 15.94포인트나 폭락하며
연중최저치를 5일만에 경신했다.

기업과 증시, 금융시장 전반을 비틀거리게하는 부도공포감을 잠재우지
못하는 한 주가는 600선 밑으로 곤두박질치고 자칫 금융대란으로 번질수
있다는 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 부도장세 배경 =최근의 부도장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기아그룹문제가 기아의 "버티기"와 정부의 "원칙론"및 채권은행단의
"눈치보기"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확산되면서 은행들이
종금사에 대해 이면보증된 CP(기업어음)의 대지급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불안을 느낀 일부 예금자들도 종금사에서 자금을 인출했다.

종합금융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기업과 파이낸스사 등에 빌려준 여신을
회수했고 이들은 하나둘씩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통화를 물붓듯 퍼부어 시중에 자금이 넘쳐 흘러도 부도위험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종근당등 일부 우량회사의 실권주 공모에 수천억원씩 몰리고 MMDA(수시입출
금식예금)에 뭉칫돈이 흘러들어도 정작 돈이 필요한 기업으로는 흐르지 않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비자금폭로전도 증시를 옭아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은 한국주식을 헐값 처분하고 있다.

지난 9월 2천9백83억원어치를 처분한데 이어 10월(1~14일중)에도 1천6백65억
원어치나 팔아치웠다.

기관들도 덩달아 복지부동하며 10월중 1천1백37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국내외 큰손들의 "팔고보자"에 개미군단의 "사자"는 맥을 쓰지 못하고 있다.


<> 기업부도 어디까지 ="다음은 Q기업"이라는 식으로 연쇄부도설이 끊이지
않는다.

J종금 관계자는 "이날 화의를 신청한 쌍방울과 부도설이 나돈 T, N사 외에도
J사 등의 자금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종금사들이 기업여신을
회수하고 있어 기업체 부도회오리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 주가전망 =주가저점에 대한 전망은 의미가 없다는 비관론이 급속히 확산
되고 있다.

"외국인 한도일정이 발표될 경우 처음에 반짝 상승하다 하락세로 돌아선뒤
실제로 자금이 유입되는 시점에서 장세가 반전된다"(박용선 선경경제연구소
조사실장)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하나 여의치 않다.

금융불안감이 이른 시일안에 가시지 않고 기업부도가 한두건 더 날 경우엔
550선도 안전지대가 아니다(동방페레그린증권 관계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도 확대 발표이후에도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 대책은 없나 =증시와 금융시장이 최근의 난국을 스스로 극복하기에는
자생력을 잃었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하는게
가장 시급하다는 얘기다.

핵심적인 문제는 애써 외면하고 한도확대같은 지엽적인 처방만으로 난마처럼
얽힌 증시.금융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

금융관계자들은 ""아무문제 없다"거나 "시장원리에 맡긴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가는 자칫 총체적 경제위기를 맞을수 있다"며 기업 연쇄부도에 대한
정부의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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