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증시안정기금이 올들어 부도기업에서만 1천5백억원
이상의 평가손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주 등 금융주와 저가대형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증안기금은
전체적으로도 평가손이 난 것으로 전해져 올해 출자기관에 대한 배당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증안기금이 보유중인 25개 부도 또는 부도유예
기업들의 주식수는 9월말 현재 1천5백10만6천주(장부매수가액 2천46억7천
7백만원)이다.

그러나 지난 9월말 현재 주가로 환산한 싯가는 4백78억3천4백만원에 불과해
부도주식에서만 1천5백68억4천3백만원의 평가손을 입고 있다.

증안기금 청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증안기금이 보유중인 주식의 장부가액
이 3조7천4백32억여원에 달한다"며 "전체적으로 싯가를 평가해 보지는
않았지만 상당액의 평가손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증안기금에 출자한 증권 은행 보험 등 금융기관들이 출자원금
회수가 불투명해졌으며 출자에 따른 배당도 올해에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행 등 부실여신이 많은 금융기관들의 증안기금 출자분에서 수백억원
씩 손해를 보고 있어 금융기관 부실화가 가속화될 우려도 낳고 있다.

증안기금은 지난해 4월말 해체됐으며 신설된 청산위원회가 2년거치후 오는
98년 5월부터 5년동안 매년 20%씩 출자금을 분배하기로 예정됐다.

< 최명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