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외국인은 "순수외국인"일까 아니면
"검은 머리 외국인"일까.

지난 9월 2천9백5억원의 외국인 순매도액중 34%인 9백93억원이 말레이시아
쪽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외국인 실체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면세혜택을 받고 손쉽게 펀드(라부안펀드)를 설립할수 있는 말레이시아에
국내 증권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어 한국시장을 떠나고 있는 투자자의 실제
국적을 쉽게 판별할수 없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 적을 두고 있는 외국인들은 지난 9월 보유물량(9천9백억원)의
10%를 순매도, 미국투자자(0.3%) 영국투자자(3.3%)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한국주식을 처분했다.

문제는 말레이시아 투자자중 상당수가 국내 증권사의 역외펀드라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의 8월말 현재 역외펀드금액인 4천4백여억원중 대부분이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 투자자들이 미국 또는 유럽계보다 훨씬 많은 매도물량을
내놓은게 이들과 무관치 않을 것"(동방페레그린증권 이남우 이사)이라는
추측이다.

면세혜택을 노리고 이 지역에 진출한 외국의 단기투기성 헤지펀드가 한국
주식을 대거 처분했을 가능성도 있다.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중 상당수가 말레이시아에
회사를 설립, 한국주식을 사들였으나 최근의 환율불안과 금융위기로 한국시장
에서 떠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최근의 주가 폭락을 촉발시킨 외국인 주식순매도가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영.미계 뮤추얼펀드라기 보다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한국계
역외펀드와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크다는게 증권사 국제영업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