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총재취임 이후 첫 경제현장방문"

이회창 총재가 8일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증권업계대표들에게 한 말이다.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종합주가지수도 상승할 것"이라는 말로 주가
하락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1백50만 주식투자자와 3만여명에 달하는 증권업
종사자들의 마음을 달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총재의 거래소 방문은 시큰둥한 반응만을 얻었다.

한때 반등기미를 보이던 주가는 자유낙하를 계속했다.

이총재가 "증권업계가 건의한 "증시안정책"의 거의 대부분을 수용하겠다"는
원칙만을 밝힌채 증시를 소생시킬 만한 "보따리"를 풀어놓지 않은데 대한
실망감 때문이다.

증시에선 특히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전날 폭로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비자금"에 울분을 숨기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를 자극해 반격이 나오고 신한국당은 다시 공세에 나서는 악순환이
반복돼 그렇지 않아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증시를 더욱 짓누를 것이라는
점에서다.

더욱이 현재 경제상황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기아그룹문제가 해결기미를 찾지 못하고 꼬여가면서 중견그룹이 연쇄부도
위기에 몰려있다.

은행들의 대외신용도가 떨어지고 원달러환율이 상승하는 등 외환위기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에선 자동차시장을 열라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정쟁"만 일삼고 있다.

상대방을 깍아내려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위해선 경제와 증시는 어떻게 돼도 상관할 게 없다는 식이다.

유권자들은 증시를 살리고 경제위기를 푸는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뽑는
"증권당.경제당"의 당원이라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홍찬선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