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결산과 부실감사에서 투자자들의 권익이 보호되기 위해선 집단소송제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합니다"

한국강관(현 신호스틸)에 대한 청운회계법인의 "부실감사"와 관련, 대법원
에서 손해배상판결을 받아낸 김창문 변호사의 "승리"후 첫마디다.

현재처럼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든다.

뿐만 아니라 소송에서 이겨도 이익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만 돌아간다.

똑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사람이 배상을 얻으려면 새로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집단소송제는 이런 문제점을 일시에 해결해준다.

한사람이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집단구성원들은 모두 "승소효과"를 누리게
된다.

사회적 소송비용이 저렴해지고 피해자 권익이 한층더 보호되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부실감사 뿐만 아니라 공해(환경오염)나 제조물책임
등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을 허용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집단소송이 도입되면 회계법인은 단기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회사경영자들이 분식결산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회계법인이 손해배상의 불똥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분식결산과 부실감사를 추방해 회계장부의 신뢰성을 되찾기
위해 어쩔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회계법인의 책임이 높아질수록 감사활동이 강화된다.

소송에 따른 회계법인의 피해는 보험제도의 도입으로 커버할수 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설명이다.

집단소송제 도입과 함께 회계장부에 대한 이용자들의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재무제표를 믿는 것은 곰바우"라는 냉소주의에서 벗어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이를 고발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평상시 경영활동에서 어려움을 겪던 기업의 재무제표가 예상외로
좋게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때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등은 과대포장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실적을
자신의 "내부정보"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말고 공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부장은 이와관련, "경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되는 회사가 실적이 좋은 회계장부를 제시할 경우 이를 증권감독원 등에
제보할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계장부는 기업이 작성하고 회계법인이 이를 감사하며 증권감독원이
감리(비상장사는 공인회계사회에서 담당)하는 단계를 거쳐 이용자의 손에
넘어간다.

지금까지 이용자는 회계장부를 "던져지는 것"으로만 여겨왔다.

앞으로는 작성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