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오너 경영체제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창업주의 아들이 잇달아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오너2세가 직접 경영일선에 나서는 친정제제가 구축되고 있다.

지난 1일 대신그룹 양재봉 회장의 2남인 양회문(46) 부회장이 대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오너2세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증권사는
6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증권업계 오너경영체제는 동서증권 김대중(43) 부회장이 지난 88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김부회장은 김용산 극동건설회장의 2남으로 91년 부회장에 올라 동서증권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후 대유증권 이준영 회장의 2남인 이태수(55) 부회장이 94년 5월28일
(현직 취임일 기준), 김석준 쌍용그룹회장의 동생인 김석동(36) 사장이 95년
12월1일 각각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올들어서도 조중훈 한진그룹회장의 4남인 조정호(39) 사장과 유화증권
윤장섭 회장의 4남인 윤경립(40) 부사장이 5월31일 정기주총에서 각각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표이사로 취임하지는 않았지만 지성양 신흥증권회장의 3남인 지형룡(37)
상무, 김재철 동원그룹회장의 장남인 김남구(34) 이사 등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어 오너2세의 증권업 경영일선 등장은 더욱 늘어날 추세이다.

증권사들의 오너경영체제 등장은 최근 몇년간 증시침체로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기에는 증권사들의 적자가 너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업 개방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서 해외에서 선진금융기법을 익힌
오너2세들로 하여금 책임지고 경영혁신을 주도하자는 전략이라는게 오너측의
설명이다.

또한 그룹의 후계구도가 짜여지면서 증권.금융분야의 후계자들이 대거
대표이사로 취임, 경영일선에 나선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최근 증권업에 대한 규제완화로 대정부로비업무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어 오너경영체제가 얼마나 확산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정태웅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