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바트화에서 시작된 동남아시아 통화위기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이 지역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도미노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8월말부터 원.달러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주가가 폭락, 동남아
통화위기와 주가 폭락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홍콩
등 통화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아 6개국의 대미달러환율은 지난 7월1일~9월2일
중 평균 17.4% 상승(통화가치 하락)했다.

또 이들 국가의 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평균 18.8% 폭락했다.

국가별로는 태국의 바트화 가치가 달러당 24.35바트에서 34.5바트로 41.7%나
상승, 가장 심각한 통화위기를 겪고 있다.

통화위기 초기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증대 기대감 등으로 주가지수가 상승
했으나 통화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등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을 나타내 폭락했다.

7월29일 SET지수는 682.16으로 7월1일보다 29.4%나 급등했으나 이후 급락
하기 시작해 9월1일에는 515.37로 주저앉았다.

고가대비 24.5%나 하락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루피아환율이 24.0%나 상승(루피아가치 하락)한 여파로
주가지수는 줄곧 미끄럼을 타며 34.5%나 폭락했다.

필리핀도 환율이 16.5% 오르며 주가지수를 30.7%나 끌어내렸으며 말레이시아
도 환율 상승(16.2%) 주가 하락(26.3%)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 경제가 비교적 안정돼 있어 통화가 안정돼 있던 싱가포르도 환율이
5.8% 오르며 주가지수가 9.3% 하락했다.

동남아 통화위기에서 한발 비껴있던 홍콩도 8월말부터 주가급락의 몸살을
앓고 있다.

홍콩달러환율은 0.03% 오르는데 그치고 있으나 주가는 9.6%나 빠졌다.

특히 지난 2일에는 항셍지수가 장중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13,000대를
뚫고 12,899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원.달러환율이 1.8% 오른 한국은 주가 하락률이 9.1%로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환율이 지난 8월말 달러당 9백원선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감을
낳고 있다.

동남아 증시는 3일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과 증시안정책 등으로 모처럼
강세를 나타내 주가 하락이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게 했다.

그러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한 이런 반등은
단기현상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지난 2.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난 반면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함으로써 미국증시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며 "동남아에 투자된 미국자금의 본국
유출로 이 지역 주가 하락 도미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