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형 부도사태로 한국기업에 대한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해외증권 발행신청물량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해외자금조달을
추진한데 따른 것이다.

2일 증권업협회는 4.4분기 해외증권 발행신청을 받은결과 21개사 22억8천
6백50만달러어치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분기의 12조7천1백만달러보다 79.9%,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1백16.2%나 늘어난 것이다.

또 증협이 해외증권 발행물량을 조정하기 시작한 94년 2.4분기이후 최대
규모이다.

증시침체에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한국통신 주식의 해외매각이 겹쳐 소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이같은 대규모 신청은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G증권 김익진 국제금융팀장은 이에 대해 "자금시장불안 증시침체 유상증자
요건 강화 등으로 국내에서의 대규모 자금조달줄이 막힌 기업들이 대체수단
으로 해외증권 발행을 선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지난달 증관위에서 보류된 해외증권 발행시 배당성향 요건폐지 검토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4.4분기 해외증권 발행을 신청한 현대전자 포철 등 일부 회사는
배당성향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증협관계자는 "올해부터 해외증권 미발행사에 대한 제재가 없어진 점도
물량 폭증의 주요요인"이라고 설명했다.

1억달러의 해외전환사채 발행을 신청한 대우중공업 국제금융팀 관계자는
"앞으로 증시상황이 나아지면 언제든지 발행에 나설수 있도록 미리 신청했다"
고 밝혔다.

<백광엽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