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매도는 원.달러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3월말 결산을 앞둔 일본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면서 원화환율이
오름세를 보인 지난 2~4월중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주식을 내다판 것으로
볼때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가 움직임보다 환율변수에 더욱 민감한 것으로
관측된다.

외국인들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주식을 4천5백92억원이나
팔아치웠다.

1월23일 한보그룹 부도로 금리가 오르는 등 국내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원달러환율이 오름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원.달러환율이 달러당 8백61.3원에서 8백63.9원으로 2.6원 오른 2월중에
9백64억원어치를 순매도한데 이어 환율상승폭이 33.1원으로 커진 3월에는
순매도규모가 2천1백71억원으로 늘어났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결산을 앞두고 한국계 금융기관에 꾸어준 외화대출금을
상환토록 해 외화수요가 늘었던 점도 원.달러환율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했다.

이후 5월부터 원.달러환율이 안정돼 소폭이나 하락함에 따라 5~6월중에
무려 1조7천2백1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한도 확대 영향이 없던 것은 아니나 외국인 매수가 본격화된 것은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백27엔선에서 1백15엔선으로 급락한 5월13일부터였다는 점을
감안할때 환율요인이 더 컸음을 알수 있다.

그러나 기아그룹의 부도유예대상 선정으로 금융시장과 환율이 불안해지면서
7월중 매수규모가 급감하다가 결국 8월들어선 9백52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달 28일부터는 4일 연속으로 1천1백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9월 반기 결산을 앞둔 일본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도 환율을 자극하고
있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종금사들이 9월중에 갚아야 할 외화
자금은 산업은행에서 전대형식으로 해결하고 외국인 주식투자한도 확대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경우 원.달러환율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당초
정부의 생각"이었으나 "외국인이 오히려 순매도를 보이고 있어 자본수지가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아져 환율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외국증권사 서울지점장도 "홍콩과 싱가포르 등 역외금융시장(NDF)에서
원.달러선물환 3개월짜리가 9백3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신용위기가 진화되지 않는 한 원.달러환율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 한 외국인의 매도공세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 상황과 9월 상황이 흡사하다.

<홍찬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