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내놓은 주식시장 대책에 대해 증권업계는 대체로 "급한 불
끄기"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굳이 의미를 찾는다면 연일 약세로 치닫고 있는 포항제철의 주가안정과
시장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것도 이례적으로 장중에 이같은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종합지수
700선 지지"를 위한 다급한 처방이었다는 진단이 내려진다.

시장의 반응이 이처럼 시들한 것은 최근 증시를 멍들게 한 직접적인 요인들
에 대한 처방전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정동배 투자정보부장은 "시장을 짓누르는 환율및 금리불안,
기업들의 자금난이 겹쳐진 복합적인 악재를 해소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아
매수기반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당장 시장흐름을 바꾸기엔 힘겹다는 반응이다.

LG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과장도 "장세를 되돌려 놓기엔 역부족인
단편적인 내용"이라며 "시장안정에 대한 정부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에 만족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전력과 포철의 경우 당초 외국인 한도 추가 확대 대상에서 제외
됐다가 이번에 포함됐지만 한전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포철정도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진단됐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최근 동남아증시 급락의 여파로 국내시장에서도 외국인
들이 매도규모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29일에도 이들은 반도체관련주와 일부 은행및 건설주를 무더기로 처분했다.

상장사 재무위험이 가시지 않은데다 자금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맞물려
있고 고객예탁금도 2조8천억원대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투자심리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추석직전까지가 고비라는 인식도 팽배하다.

오는 9월1일을 기준으로 고유주식의 장부가현실화에 나서는 한국투자신탁과
대한투자신탁도 일단 고유주식에 대해선 매수우위를 지키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기관중의 기관이라 할수 있는 양대투신의 신탁주식 매매전략은
크게 엇갈려 투자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투는 지난달 8백억원을 순매수한데 이어 이달들어서도 28일까지 4백억원의
매수우위를 지속했다.

반면 대투는 지난달의 1천5백억원 매도우위에 이어 이달에도 1천4백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대해 나인수 한투 주식운용팀장은 "당초 올 7~8월을 주가 바닥권으로
예상해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며 "추석이후엔 오름세를 탈 것으로 보여 당분간
순매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투의 김창문 투자전략부이사는 "어차피 7~8월 장세에 대해선 안좋게 보아
매도우위를 보였지만 이제 급매물은 일단락된 상태여서 9월 한달간 1천억~
2천억원규모의 순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금융시장 불안감 등이 해소되지 않는한 추석전까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장세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