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은행의 소액주주들이 임원진의 경영책임을 묻기 위하여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하여 팔라고 한 적이 있었다.

증권거래법상에 규정한 절차에 따른 위임장 대결(Proxy Solicitation)이
아니었기 때문에 결국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지 못한 채 불발에 그쳤다.

이 사건은 소액주주들이 경영참여의사를 밝힌 몇 안되는 사례로서 위임장
대결의 맹아적 시작이라고 생각된다.

주식회사는 자본의 민주화이고 다수결의 원리가 적용된다.

소액투자자라 할지라도 서로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합하여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할수 있고 미흡하지만 법적으로도 증권거래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적대적인 M&A의 한 방편으로 위임장대결이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할수록, 지분분산이 잘 될수록 위임장 대결을
통한 적대적인 M&A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 적대적인 M&A의 한 방법으로 법적인 절차에 의한 위임장
대결이 시도된 경우는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다.

소액주주들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매우 미약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외부감사제도가 허점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서 회사의 경영권을
견제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도 위임장 대결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성이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임장 대결을 하려는 측에서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주주명부를 회사측이 제공하지 않는 등 제약이 많다.

위임장 대결을 벌이는 측에서 다수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경영권 확보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투입비용을 보상받을수 있는 법적인 보장이 없다.

미국에서는 위임장 대결에 의하여 경영진이 교체될 경우 위임장 대결을
준비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회사 경비로 보상을 해주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준비과정에서도 필요한 자료를 회사가 가감없이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영권 교체에 대하여 공정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어떠한 권력이든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부패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자본의 민주화인 주식회사의 경영권이 소수에 의하여 장기간 독점될때
이익창출을 통한 사회적 존재로써의 순기능은 약화되고 경영권을 독점하고
있는 소수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다.

소수의 이익이 많아지는 만큼 여타주주와 기업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익은 침해당한다.

결국 부패한다.

흐르는 물이 썩지 않듯이 기업의 경영권도 주기적으로 교체됨으로써
계속기업(Ongoing Corporation)으로 존속할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