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이성구 특파원 ] 영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증권사들이 국내 증시
침체의 장기화로 수지가 악화됨에 따라 런던사무소를 폐쇄, 철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나마 남아있는 증권사들도 현지법인장을 과.차장급으로 대체하는 한편
주재원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감량 경영에 나서고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중 서울증권이 런던사무소를 폐쇄한데
이어 최근에는 한진증권과 조흥증권이, 이달말께는 한화증권과 대유증권이
런던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작년말까지만 해도 11개사에 달했던 런던진출 국내증권사가 절반
수준인 6개사로 줄어들게 됐다.

대신 쌍용등 법인형태로 진출해있는 증권사들과 동원증권은 당장 철수하지
않는 대신 법인장을 과.차장급으로 격하시키는 한편 주재원수를 대폭 줄여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주재원의 경우 쌍용증권이 6명에서 4명으로, 동양과 대신증권이
5명에서 2명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동양증권은 국내증시침체가 지속될 경우 현지법인을 연락사무소로 격하
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처럼 런던사무소를 잇달아 폐쇄하거나 현지법인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은 부도사태 등의 영향으로 CB(전환사채) 발행 등을 통한
국내 기업들의 해외자금 조달이 어려워짐에 따라 증권사들의 거래실적이
크게 줄어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장기간 침체됨에 따라 이곳 기관투자가들
이 한국주식 매입을 꺼려 수수료 수입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 94년부터 홍콩 런던 뉴욕 등 해외 주요도시에
진출했으며 7월말 현재 사무소 59, 현지법인 30, 지점 6개 등 모두 95개의
해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