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5~6월 1조6천억원의 자금을 들고와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들이
요즘엔 은행주를 중심으로 매도에 나서고 있다.

기아그룹 부도유예대상 선정, 동남아시아 통화 위기, 휴전선 교전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재가 한국증시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계 증권사의 서울지점장은 "외국인들이 이런저런 자금난
보도나 증시루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은행주와 재무구조 부실주
중심으로 매도우위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정부와 정부투자기관이 발행한 해외증권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나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발행한 양키본드나 변동금리부
채권(FRN) 전환사채(CB) 등은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어 신규발행이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강헌구 ING베어링증권 이사도 "외국인 시각이 지난 5~6월과 달리 관망 또는
비관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투자비중을 축소하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외국인들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한주동안 9백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대상에 선정된 지난주에는 1백35억원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 22일에는 33억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 23일에도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종목별로는 조흥은행 2백31만주(7월14~22일간 순매도), 외환은행 2백만주,
제일은행 1백9만주, 상업은행 65만주 등 은행주가 순매도 상위 1~4위를
차지했다.

외국인 매도는 재무불량기업의 부도설이 가라앉지 않는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곽영교 대우증권 국제영업팀장은 "엔.달러환율이 1백15엔대로 올라가면서
수출.경기관련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회사채 수익률도 12%를 웃돌고
있는데다 휴가철이 겹쳐 있다"며 "8월 중순 이후에야 외국인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