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라고 자처하던 K사가 기관들에 지분참여를 유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K사의 대주주는 2개의 계열사를 더 갖고 있었는데 이익조정을 통해
다른 계열사로 이익을 빼돌렸고 정작 기관이 지분을 참여한 K사의
이익규모는 크게 줄였습니다.

결국 K사는 부도가 나고 말았습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인 A씨가 들려주는 벤처기업 투자 실패담이다.

이후 A씨는 대주주를 찾아가 주식을 되사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주주가
제시하는 가격은 주당 1원이었다고 한다.

코스닥시장은 기관투자가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현재 재경 3투신사가 코스닥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의 종류는 6가지.

이들 펀드의 현재 수탁고는 5백2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이 가운데
코스닥시장에 투자한 규모는 불과 52억원이다.

유동물량이 적어 정상적인 주가가 형성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한데다
A씨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일부회사의 사주들이 기관들로부터 불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동물량 부족현상은 꾸준히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거래소시장에 상장할 때는 적어도 30%이상 지분을 분산해야 하지만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려면 10%만 지분을 분산하면 된다.

그러나 분산된 물량 상당수를 주간증권사들이 갖고 있는데다 자본금이
1백억원 미만인 회사가 90%가 넘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수천주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동물량이 적어 사고싶은 주식이 있어도 제대로 매매하기 어려운데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첨단 정보통신업종이나 벤처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주가가 8만~10만원대의 고가를 형성하고 있어 투자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김문진 동서투자신탁 부사장은 지적한다.

유동물량 부족은 일부 대주주나 작전세력의 주가조작을 용이하게 하고
있으나 감시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벤처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대한투자신탁 김기환 팀장은 "적어도 전체
지분의 20%이상은 분산되고 기업회계나 주가움직임에 대한 감리조사제도가
제대로 정착돼야 공정한 가격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게 되면 애널리스트들이 코스닥기업을 전문적으로 분석, 투자판단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행태에도 개선될 여지가 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제도상의 미비점으로 기관들의 투자가 활발해지지
않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이 벤처기업에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가능케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관들도 단기 매매차익을 올리는 것에 치중하기보다는
장기투자에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