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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등록 첫날부터 하한가로 떨어지는 종목도 속출하는 등 코스닥시장이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거래소에 상장되는 팬택이 코스닥시장 주가의 절반수준에서 공모가가 결정
됐는데도 대주주가 큰 돈을 벌게 됐다고 인식하는 데서 보듯 코스닥시장은
자본시장으로서의 대접을 못받고 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을 시리즈로 점검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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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제품을 개발하거나 정보통신기업이 아니면 코스닥시장을 통한
유상증자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코스닥 등록 중견 섬유회사인 H사 자금담당 임원의 푸념처럼 코스닥은
중소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주주들이 증자 참여를 꺼리기 때문에 자연히 코스닥시장에서 행해지는
유상증자는 벤처캐피탈이나 해외투자가가 전액인수하는 제3자 배정방식이
많다.

주주대상으론 증자물량을 소화하기가 어려운데다 주식 대부분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대주주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값싼 자금조달수단인 유상증자가 어려우면 다음은 회사채 발행이다.

그러나 알려진대로 30대 대기업 계열사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실정이라
코스닥기업들은 지급보증을 받기가 쉽지 않다.

공업발전기금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지원금들도 쓰기가 만만치 않다.

까다로운 자격심사를 통과해도 일선대출기관이 담보나 여신기간동안의
보증을 요구해 신용평가료나 비싼 보증료를 따로 물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반기 코스닥기업을 통한 직접자금조달은 유상증자
8백15억원, 회사채 발행 3천3백46억원으로 지난해(전체)의 26%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유상증자의 54%인 4백39억원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것은 코스닥시장이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한달동안 거래량이 1백주에도 미달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
법인이 대동기어 기라정보통신 등 16개종목에 달하는 등 유동성 부족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월말이 되면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주주간
물량을 주고받는 매매가 일상화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종목수는 훨씬
적다"는 것이 코스닥시장을 운영하는 증권업협회의 진단이다.

거래가 형성되는 종목수가 최근 일평균 1백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등록
종목의 3분의 2이상은 하루에 한주도 거래되지 않고 있다.

또 울산에 사는 투자자 이모씨는 "오전 9시30분부터 주문이 일제히 접수되기
때문에 지방투자자의 경우 서울투자자보다 전산을 통한 주문전달속도가 늦어
주문체결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동시호가제도가 없다보니 기관투자가가 사자주문을 대량으로 내 놓으면
소액투자자나 지방투자자는 이 주문이 소진되기 전에는 매매체결이 안되는
것이다.

<백광엽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