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주가지수옵션시장이 개설된다.

아직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미지의 땅이다.

잘하면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회사를
통째로 날려버릴수 있는 무서운 괴물이기도 하다.

옵션이 양날이 있는 칼로 비유되는 것은 이래서다.

본사는 옵션시장이 이른 시일안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모색하기
위해 시장개설을 앞두고 홍인기 증권거래소이사장, 최운열 증권경제연구원장
(서강대교수), 김석동 쌍용증권사장을 초청, 본사 박영균 증권부장의 사회로
특별좌담회를 가졌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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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주가지수선물시장이 지난해 5월 문을 연 뒤 1년여만에
옵션시장이 개설되는데요.

우선 옵션시장 개설의 의의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 홍인기 증권거래소이사장 =증권시장의 본격적인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옵션시장은 현물및 주가지수선물시장과 함께 상호보완관계를 통해 증시의
유동성을 높이고 시세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이지요.

현물과 파생상품과의 거래비중(DLR)이 현재 38%에서 곧 선진국 수준인
1백%까지 올라가면 현물시장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 최운열 증권경제연구원장 =옵션시장개설은 두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에 맞춰 파생상품거래를 본격화함으로써
증시국제화를 한단계 끌어올린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 김석동 쌍용증권사장 =옵션은 주식시장의 성격과 투자전략을
변화시킨다는 측면도 갖고 있습니다.

현물이나 선물은 주가가 오르느냐 내리느냐만을 따지는 방향성투자
(directional betting)가 중요시되는 단순한 것입니다.

반면 옵션은 방향성외에 주가가 얼마나 움직일 것이냐가 중요시되는
변동성투자(volatile betting)입니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가격변동폭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지요.

<>사회 =옵션시장개설이 증시를 한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씀이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 홍이사장 =주가변동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주식거래가 늘어날 것입니다.

기관의 경우 투자자산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게 돼 수익구조가 개선될
것이며 선물 옵션 현물이 상호보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주가가 합리적으로
결정됩니다.

한마디로 주식시장의 유동성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 사회 =처음 출범하는 만큼 제도적인 측면에서 제한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옵션제도는 어느정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까.

<> 홍이사장 =출범 초기인 만큼 안정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제도가
짜여졌습니다.

권리행사를 거래최종일에만 할 수 있는 유럽형옵션만 허용하고
최소증거금을 1천만원으로 정한 것등이 그것입니다.

옵션시장이 과열될 경우 거래를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크(circuit break)
제도를 도입한 것도 마찬가지고요.

<> 최원장 =제도적인 측면은 상당히 선진국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제일이 일본은 거래일 이후 3일인데 우리는 거래일이후 1일인 점이
대표적이 예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상상품이 주가지수에 국한돼 있어 개별종목 옵션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주문방식도 가격을 지정해주는 지정가제도만
허용된다는 점입니다.

<> 사회 =제도가 잘 돼 있더라도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도 중요할 텐데요.

증권업계에서 아쉽게 느끼는 것은 없는지요.

<> 김사장 =새로운 상품의 도입에 맞춰 증권사 회계제도를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아픔이 있더라도 증권사 상품 평가손을 모두 현실화해야
선물은 물론 옵션등 파생상품거래가 원활하게 정착되기 때문이지요.

<> 최원장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은 모두 싯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은 누구나 찬성하는데 항상 현실론에 밀리고 있는 문제입니다.

김사장과 같은 인식이 확립되는게 시급하다고 봅니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옵션시장 출범을 계기로 파생상품에 대한
감독체계가 정비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옵션은 베어링증권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리스크가 매우 높은 분야입니다.

이에맞춰 감독기관은 말할 것도 없이 개별회사 차원에서도 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 홍이사장 =매일매일 싯가대로 평가해야 파생상품시장이 원활하게
정착한다는데는 누구나 같은 의견입니다.

다만 평가손이 엄청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본이 아직도 취득원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도 버블붕괴에 따른
평가손 때문이지요.

가능한한 빨리 국제기준인 시가주의로 이행한다는 합의를 형성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 사회 =출범때부터 제도보완을 거론하는게 이상하기는 합니다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은 없겠습니까.

<> 최원장 =주문방식을 지정가제도 뿐만 아니라 시장가주문제도도
허용돼야 할 것입니다.

또 아무때나 권리행사가 가능한 미국형옵션도 가능한한 빨리 도입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 김사장 =주가지수 옵션 뿐만 아니라 개별종목 옵션거래도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 홍이사장 =지수옵션이 정착되는 것을 보아가며 개별종목 옵션도 허용될
것입니다.

이 경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으면서 지분분산이 잘 돼있어 대주주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는 포항제철 한국전력 SK텔레콤 한국통신등이 1차
대상종목이 될 것입니다.

<> 사회 =얘기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옵션시장 개설에 앞서 모의시장을 6개월여간 운용하는등 사전준비를
상당히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증권업계의 준비상황은 어떻습니까.

<> 김사장 =개별 증권사별로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듣고
있습니다.

저희 쌍용증권사도 오래전부터 직원들을 미국에 파견해 옵션관련 경험을
익히게 하고 트레이딩룸을 만들어 모의거래를 하는등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했습니다.

현물 약정위주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함께 최원장께서도 언급하신 것처럼 옵션은 위험하다는 인식아래
모든 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상호견제(check & balance) 시스템도 갖춰
놓았고요.

<> 사회 =옵션시장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유동성이 풍부해야 하고
유동성이 높아지려면 투신이나 보험사같은 기관투자가의 참여가 시급할
것인데요.

기관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선 어떤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 최원장 =파생상품시장은 기관이 주요 참여가가 돼야 합니다.

개인은 정보 수집과 분석능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에 투신사등을 통한
간접투자수단을 이용하는게 바람직하지요.

현재 선물의 경우 개인비중이 높은데 바람직스런 현상이 아닙니다.

기관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투신이나 은행신탁등에 파생상품을 편입해
운용하는 상품개발을 허용해야 할 것입니다.

<> 김사장 =증권사는 자체 상품운용이란 측면에서 스스로 적극 참여할
것으로 봅니다.

시장개설 초기엔 참여를 꺼릴지 몰라도 앞으로 1~2년안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다만 옵션거래가 KOSPI200지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증권사들이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옵션거래방식을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 최원장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해 장외파생상품을 포괄적으로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현물을 거래소에 내다팔지 않고 증권사간에
장외에서 여러가지 조건을 걸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면 증시에 물량부담이
적어지는 잇점이 있을 겁니다.

<> 홍이사장 =옵션시장개설에 맞춰 선물의 외국인투자한도를 미결제약정의
30%에서 1백%로 확대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외국인들의 활동반경이 그만큼 넓어진 만큼 기관들의 참여도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옵션시장개설초기부터 기관들이 적극 참여해 실력을 갖춰야 외국인들에게
안방을 빼앗기지 않을 것 아닙니까.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이 엄청난 회원비를 내고도 증권거래소 회원에
가입한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신들이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파생상품
분야에서 돈을 벌겠다는 포석입니다.

옵션시장 모의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5개 증권사는 앞으로 옵션투자를
성공적으로 하는 증권사와 엄청난 실적차이가 발생할 것입니다.

<> 사회 =옵션이라는 것이 아직은 생소한 게 사실입니다.

위험하다고도 하고요.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 최원장 =선물은 의무인 반면 옵션은 권리라는 점을 확실히 인식해야
합니다.

선물은 예상과 다를 경우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나 옵션은 권리행사를
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물론 옵션매입때 지불한 프레미엄만큼의 손해는 어쩔수 없습니다.

또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내가 이익을 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마련이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본적으로 위험하다는 얘기지요.

<> 홍이사장 =옵션은 양쪽 모두에 날이 서있는 칼에 비유될 정도로
위험한 것입니다.

전문적인 연구와 철저한 내부통제가 불가피합니다.

<> 김사장 =옵션으로 돈을 벌겠다는 마인드를 버리고 자산관리를 하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개인들은 가급적 직접투자는 하지 않는게 바람직하고 굳이 할 경우엔
목적과 위험정도를 정확히 알고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 사회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정리=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