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종합금융이 문구업체인 마이크로코리아와 마이크로세라믹사의
외부감사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키로 한 것은 채권자인
금융기관들도 외부감사인의 책임을 엄중히 묻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부실감사를 이유로 외부감사인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은
주로 일반투자자들이었다.

지난 94년 한국강관(현재 신호스틸) 투자자 16명은 이 회사 외부감사를
맡았던 청운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95년
고려시멘트의 주주들은 삼덕회계법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 회계사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한국강관 주주들은 그후 외부감사인 대주주 등과 합의를 거쳐 이들로부터
3억1천9백만원을 받았다.

고려시멘트의 주주들은 현재 1심에서 회계법인과 다툼을 계속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부도방지협약 대상업체로 지정된 대농에 대해서 종금사들이 소송을
제기할 뜻을 간접적으로 비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장기거래처와 거래를 끊어야 하는 부담이 있어 소송제기에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투자자들이야 소송에서 이기면 그만이지만 금융기관들은 계속 거래를
해야하는 처지여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손해를 감수해온게 이제까지의
현실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동양종금은 비록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법원에서 판가름을 받기로
결정, 다른 금융기관으로의 확산이 예상된다.

소송을 제기키로 한 동양종합금융은 마이크로코리아사와 마이크로세라믹사에
약 15억원의 자금을 빌려주었으나 지난해 이들 회사의 부도로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동양종금 관계자는 "당시 감사인들의 적정의견 감사보고서를 믿고 마음놓고
대출을 해 주었으나 부도가 났다"며 부실감사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지난 2월말 법원에서 재산보전결정을 내릴 당시 부채가
엄청나게 많아 분식결산의 의혹이 제기됐다"면서 감사보고서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부감사인으로서 당시 결산보고서를
성실하게 감사했다"며 법적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증권감독원은 "외부감사인은 독립된 제3자로서 회사의 결산보고서가 회계
기준에 맞도록 작성됐는지를 감사해야 한다"면서 감사기준의 준수 여부가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감사인이 감사대상을 선정해야 하는 자유수임제도로 인해
공인회계사들이 기업의 주문을 냉정히 거절하지 못해온게 현실"이라면서
공인회계사는 물론 감사를 받는 기업주들의 의식도 개선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감독원은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감독원이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는 지정법인의 범위를 크게 늘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박주병.김홍열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